익명 기고로 살벌해진 백악관... 부통령·국무장관 "나는 아니야!"

익명 기고로 살벌해진 백악관... 부통령·국무장관 "나는 아니야!"

2018.09.07. 오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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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결함과 그로 인한 위험과 난맥상을 신랄하게 고발한 현 정부 고위 관리의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가 백악관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당장 범인을 색출하라'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 부통령과 국무장관이 잇따라 '결백'을 주장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LA 김기봉 특파원입니다.

[기자]
백악관 치부를 파헤친 밥 우드워드 기자의 신간에 이어 뜻밖의 기고문 강타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

끓어오르는 분노는 트윗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 망해가는 뉴욕타임스가 익명으로 기고문을 실었어요. 말이 돼요? 익명으로! 비겁하게! 우리 정부는 정말 잘하고 있어요.]

기고자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설명과 함께 실린 미 정부 고위 인사의 뉴욕타임스 익명 칼럼.

한마디로 수많은 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으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는 내용입니다.

도덕성이 결여된 충동적이고 적대적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일부 좋은 성과까지 가린다며, 그의 불안전성 때문에 대통령을 제거하는 절차를 담은 수정헌법 25조까지 정부 내에서 거론됐다고 썼습니다.

색출 즉시 엄벌이라는 분위기에 백악관은 경색됐고, 대통령의 모든 측근이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됐습니다.

딸 이방카와 사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펜스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나는 아니라며 서둘러 신고를 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 美 국무장관 : 나는 이 정부를 흠집 내려는 언론들의 노력이 놀라울 정도라고 봅니다. 만약 지금 내가 대답을 안 하면 '그가 질문에 답을 피했다'라고 쓸까 봐 말하는데, 나는 그 기고 안 썼습니다.]

공화당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글을 쓴 자는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의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누군가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일 것이라며 간접 동의를 표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 美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 아닌 사람을 한 명씩 지워나가면 그 측근을 찾겠죠. 아마 대통령을 매우 잘 아는 사람일 거예요.]

범인 색출 소동과 별도로, 이런 익명의 고발이 과연 도움이 되느냐 하는 평가도 찬반으로 엇갈려, 또 하나의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LA에서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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