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안 된 북미회담...교착상태 '후유증'

준비 안 된 북미회담...교착상태 '후유증'

2018.09.04. 오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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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6월, 큰 기대 속에서 북미회담이 열렸지만 이후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이러다가는 비핵화 합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준비가 제대로 안 된 채 이뤄진 북미회담은,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는 비판도 있는데요, 미국 특파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기봉 특파원!

북미회담 이후 누적돼온 북미 간의 교착상태, 지금 어느 정도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대원칙의 북미회담이 이뤄졌지만, 실제로 그 세부 이행은 첫걸음부터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밝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미국 측의 오랜 입장과, 먼저 체제보장을 약속하라는 북한의 입장 대립이 회담 이전과 별 다를 바 없이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북미 회담 이후 방북했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도 같다는 소리만 듣고 빈손으로 올 때부터 양쪽의 입장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는데요,

이후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계획도 무산되면서 양측 모두 경색된, 일종의 정책적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교착상태가 비핵화 합의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면서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북미 간의 교착상태가 비핵화 합의를 위협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그런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역사적인 북미회담이 이뤄진 지 석 달이 다 돼 가지만 북한과 미국은 누가 먼저 다음 양보를 할 것인가를 놓고 심각한 교착상태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먼저냐, 아니면 체제보장을 위한 단계적 이행을 동시에 이루는 것이 옳으냐를 놓고 서로가 자기 주장을 하면서 실마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단단히 엉킨 상태가 됐다는 겁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북한이 과연 핵 폐기를 할 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미 국내에서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세계적인 기대와 관심 속에 북미대화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렇게 꽉 막혀 진전이 없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간단히 말하면 동상이몽의 합의 내용이 가져온 결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북미 당사자는 물론 전 세계도, 결코 이뤄질 것 같지 않았던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 자체에 주목한 나머지 합의 내용에 대한 신중한 분석은 의외로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시는 대로 북미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은 4가지인데요.

첫 번째가 북미 두 나라의 평화로운 관계 설립, 두 번째가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체제 구축, 세 번째가 한반도의 비핵화, 네 번째가 미군 유해 송환입니다.

그러니까 첫째와 둘째가 두 나라의 평화로운 관계 구축이고 세 번째가 비핵화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합의문 첫째와 둘째를 위한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을 당연히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평화적 관계의 의미를 원론적이고 포괄적으로 해석하며 세 번째 합의 내용인 비핵화 이행을 먼저 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회담의 합의 내용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까지 큰 이견이 생기게 된 걸까요?

[기자]
회담 당시에는 양쪽 모두 절박했기 때문에, 각각 접근 방식은 달랐지만, 일단은 양쪽 모두 만남 자체에 의미를 크게 둔 게 사실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고, 이런 상황을 일거에 해결하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욕심이 발동하면서 만남 자체에 모든 의미를 두고 접근한 면이 큽니다.

반면 북한은 긴장 고조에 이은 극적인 대화 제안이라는 카드를 쓰면서 합의 내용도 자신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협상 당시 모든 요구 사항을 다 들어줄 것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과 달리, 이후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보장을 위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일단은 제동을 걸고 모종의 시위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여기에다 회담 이후 북한은 일부 핵과 미사일 시설을 파괴하고 유해를 송환하는 등 합의 이행 노력을 했다는 명분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모든 게 북미정상회담이 준비가 없이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나왔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수십 년을 준비해온 북한에 비해 미국의 준비가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은 회담 전부터 있었는데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신랄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파네타 전 장관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북미회담은 처음부터 실패가 예견돼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회담 전에 이뤄졌어야 할 아무런 준비가 없었으며 그냥 악수하고, 덕담을 주고 받는 쇼에 불과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이행 가능한 내용이 무엇이며, 어느 선에서 합의를 하며, 차질 없는 이행을 위한 세부 장치에 대한 고민이 없이, 이른바 '통 큰 합의'로 그친 이벤트였기 때문에 실질적인 성공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충분한 준비 없이 이뤄진 회담과 그로 인한 교착상태, 어떻게 해야 이 국면을 극복할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 정부는 일단 기존 제재의 더 강력한 유지 등을 강조하는 압박 카드를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북한이 결코 스스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따라서 리언 파네타 전 장관의 주장대로 지금부터라도 양측의 요구 조건을 모두 테이블 위로 올려 실질적으로 풀어나가는 외교적 절차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러한 실무적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큰 틀의 형성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지적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역할에 큰 기대가 실리며, 문 대통령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앵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가 더 악화하기 전에 새로운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LA 김기봉 특파원[kgb@ytn.co.kr]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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