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앙숙의 극적인 '종전선언'...경제·민주화에 '숨통'

20년 앙숙의 극적인 '종전선언'...경제·민주화에 '숨통'

2018.07.16. 오후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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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간 전쟁상태를 유지하며 앙숙관계이던 아프리카 동부의 두 나라가 최근 종전을 선언하고 화해했습니다.

정치권력이 마음만 먹는다면, 무의미한 전쟁이 얼마나 쉽게 끝날 수 있는지, 또 그에 따른 이익은 얼마나 클지 보여주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임장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열리던 시각, 아프리카 동부에 서로 이웃한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국민의 시선은 다른 곳에 쏠려 있었습니다.

20년 원수지간이었던 두 나라의 정상들이, 포옹과 함께 평화를 선언하는 감격과 기쁨의 현장입니다.

[아비 아흐메드 / 에티오피아 총리 : 여러분은 증오가 아닌 사랑을, 다툼이 아닌 용서를, 배척이 아닌 포용을 선택해주셨습니다.]

1998년 발발한 양국의 전면전은 8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고 휴전 이후에도 갈등과 대립이 계속돼왔습니다.

정전상태임을 이유로 안보만을 내세운 정치권력들의 억압적 통치는 두 나라 내부사회 또한 얼어붙게 했고 경제난도 깊어졌습니다.

특히 에리트레아는 일당독재와 인권탄압으로 유엔 제재를 받는 등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면서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4월 집권한 에티오피아의 아비 총리가 평화를 외치면서 분위기가 바뀝니다.

여러 명분 싸움에서 통 크게 양보하며 화해를 추진하더니, 지난 8일 에리트레아를 전격 방문해 20년간 닫혀왔던 대화의 문을 열었습니다.

분쟁에 지친 두 나라 국민의 기대에 힘입어 양국 정상은 마주앉은 지 한나절 만에 전쟁 종료를 선포합니다.

이 종전선언으로 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의 보증을 받아 유엔 제재가 풀릴 기회를 얻으면서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에티오피아 역시 에리트레아를 통해 그동안 막혀 있던 홍해 쪽 항공과 해상 화물 통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사이아스 아레워르키 / 에리트레아 대통령 : (에티오피아의) 아비 총리가 막중한 책임을 감내하며 이끌어 낸 승리입니다. 나도 기꺼이 그와 함께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안보위협'이 사라지면서 인권과 언론탄압으로 얼룩진 에리트레아의 정치 체제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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