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해로한 원앙 부부, 산불로 함께 영면

75년 해로한 원앙 부부, 산불로 함께 영면

2017.10.11. 오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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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 캘리포니아 북부를 휩쓴 산불로 인한 사망자가 17명, 부상자가 100여 명에 이르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데요.

이번 산불로 70년 넘게 해로하다 함께 세상을 떠난 노부부의 사연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조수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초등학교 시절 처음 만나 1942년, 백년가약을 맺은 리피 부부.

이후 남편 찰스와, 두 살 연하의 아내 세라는 단란한 가정을 이뤄 75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늘그막엔 뇌졸중이 찾아온 아내의 거동을 남편이 도우며 서로의 곁을 지켰습니다.

[마이크 리피 / 리피 부부의 아들 : 부모님 중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실 경우 남은 한 분은 어떻게 살아가실까, 절대로 행복할 수 없을 텐데…가족끼리 이런 대화를 나누곤 했어요.]

하지만 올해 100살, 98살이 된 원앙부부도 불의의 화마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진 산불은 순식간에 부부의 집안까지 옮겨붙었고, 끝내 빠져나오지 못한 부부는 희생자 명단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마이크 리피 / 리피 부부의 아들 : 어머니는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워 못 빠져나오셨을 것이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절대 두고 나오지 못하셨을 겁니다.]

이번 산불로 수도 워싱턴DC 면적 3배에 이르는 지역이 잿더미로 변하면서 인명 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2천여 채가 넘는 주택과 건물이 이미 전소된 가운데, 아직 진행 중인 산불도 여럿입니다.

수천 명이 진화 작업에 투입됐지만, 고온 열풍이 계속되는 기상 여건 속에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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