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부시 그리고 트럼프 입에서 나온 '악(惡)'

레이건,부시 그리고 트럼프 입에서 나온 '악(惡)'

2017.09.21. 오후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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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 미국 대통령(지난 19일, UN 총회 기조연설) :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입니다. '로켓맨(김정은)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UN 총회 기조연설 중 북한에 대해 언급된 말들입니다.

김정은이라고 부르는 대신 '로켓맨'이라고 칭하기도 했지요.

인권 탄압과 주민들의 굶주림, 그리고 김정남 암살까지 북한 정권의 악행을 하나하나 열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마지막 말은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악(惡)이 승리한다"였습니다.

그런데 '싸우지 않으면 악이 승리한다'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겹쳐지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입니다.

[로널드 레이건 / 당시 美 대통령 (1983년) : 그들(공산주의자들)은 현 세계에서 악의 중심입니다다. 저는 여러분이 미국을 군사적, 도덕적 위험에 놓이게 하는 나라들을 강력히 반대할 것을 촉구합니다. 악의 제국(소련)이 가진 공격성을 애써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였던 1983년.

레이건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공산주의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으로 지칭했습니다.

"소련이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있다" 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역대 대통령 연설 중 최악'이라는 혹평도 나왔습니다.

냉전을 심화시켰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레이건 대통령은 소련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며 맞섰습니다.

이 연설이 있고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1년 소련은 붕괴했습니다.

2001년 뼈아픈 9.11 테러를 겪은 이듬해인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제조하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습니다.

[조지 부시 / 당시 美 대통령 (2002년) : (이라크, 이란, 북한) 이 세 나라와 그들의 테러리스트 동맹국들은 '악의 축(Axis of evil)'을 구축하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기 위해서 무장하고 있습니다. 대량 살상 무기를 만드는 이 나라들은, 심각하고 큰 위험 속에 있습니다.]

이 연설이 있고 난 다음 해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를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이 붙잡혀 처형을 당하면서 후세인 정권이 붕괴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제 연설은 미리 작성된 원고를 그대로 읽은 것이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의 일치된 입장이 반영됐다는 뜻입니다.

레이건, 부시가 겹쳐지는 트럼프의 발언은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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