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美 '동상 전쟁'...225년 된 콜럼버스 기념탑까지 훼손

[취재N팩트] 美 '동상 전쟁'...225년 된 콜럼버스 기념탑까지 훼손

2017.08.23. 오후 1:2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 철거에 반대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 시위로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후 미국에서는 때아닌 역사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종 차별의 상징인 동상들을 철거해야 하느냐 아니면 역사 유적으로 놔둬야 하느냐를 놓고 논쟁이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악화하고 있는데요.

이틀 전에는 미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기념탑까지 훼손됐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동상 전쟁 뉴욕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13일 일어난 버지니아 샬러츠빌 폭력시위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요.

지금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지금 과거의 인종차별주의 상징물을 없애자 라는 주장과 유적으로 보존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과격한 시위대가 미국 역사에서 인종차별주의에 앞장섰던 인물들의 동상과 기념탑을 훼손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벤달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급기야 메릴랜드에 있는 225년 된 콜럼버스 기념탑도 일부가 부서졌습니다.

범인들이 이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미국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미국에 테러와 노예, 살인, 강간, 인종학살 노동 착취 등을 몰고 왔으며 수백만의 미국 원주민의 학살과 식민지의 원흉이라는 주장입니다.

체포해서 처벌하겠다는 당국의 엄포에도 기념탑이나 동상 훼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샬러츠빌 폭력 시위를 계기로 오히려 노예제를 찬성한 남부 기념물을 철거하자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겁니까?

[기자]
버지니아 샬러츠빌도 원래 시 당국이 법적인 절차를 밟아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고 이에 반대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폭력 시위에 나서면서 사태가 불거진 건데요.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는 시위대가 법원 앞에 서 있던 남부군 동상의 목에 밧줄을 묶어 강제로 쓰러뜨리는 등 시위가 점점 더 과격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주의회와 시 당국을 중심으로 동상을 합법적으로 철거를 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고요.

특히 텍사스 대학이나 듀크 대학 등 에서는 학교 당국이 직접 동상을 철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역사의 흔적'을 무작정 파괴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요

[기자]
여론 조사만으로 보면 철거해서는 안 된다는 답변이 더 많습니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로이터 통신이 미국인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성인의 54%가 남부군 기념물은 그대로 공공장소에 있어야 한다 로 조사됐고요. 27%만이 철거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19%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미국 공영 NPRㆍPBS방송 공동여론조사에도 미국인 62%는 남부 지도자 동상을 ‘역사적 상징물'로 남기는 것을 지지했습니다.

폴 르페이지 메인주 주지사는“남부 기념물을 없애는 건 9ㆍ11 테러 기념물을 없애는 것과 같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폭력 시위를 주도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사태가 더 커진 것 아닙니까?

탄핵 이야기까지 나왔다고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 처음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에 대한 비판에 머뭇거리다 다시 비판하고, 또다시 반대편 시위대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양비론을 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에게도 비판을 받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았는데요.

결국 자신은 인종 차별주의자들을 혐오한다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제 공화당 지도자들도 트럼프를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합리적인 것 아니냐며 여당발 탄핵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남부군 기념물 철거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펜스 부통령도 남부군 상징물을 철거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더 세워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동상 철거 논쟁은 미국 사회의 숨어 있는 인종 갈등과 규탄 시위로 확산하면서 당분간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입니다.

[앵커]
지금까지 미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동상 철거 논란 뉴욕 특파원과 함께 짚어봤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