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묘비에 태극기를..." 잊혀진 고려인 역사 재조명

"내 묘비에 태극기를..." 잊혀진 고려인 역사 재조명

2017.08.15. 오전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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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 가운데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출신이 많습니다.

강제 이주 80주년을 맞아 잊혀졌던 고려인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정유신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항일 독립운동가 황운정 선생이 잠들어 있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인근의 공동묘지.

1919년 3.1 운동에 참여한 뒤 연해주로 피신해 일본군에 맞서 싸웠고, 강제이주 뒤엔 집단농장 지도자이자 교육자로 지냈습니다.

끝내 고국 땅을 밟지 못하고 부인과 나란히 잠든 황운정 선생은 2005년에야 독립운동가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황마이 / 독립운동가 황운정 선생 아들 : (88올림픽을 보시고) 아버지께서 한국을 자랑스러워하시며 묘비에 이렇게 태극기를 새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흔이 가까운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아들 황마이 씨 역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낯선 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구소련 빙상 최고 지도자로 인정받았고 공훈 체육인 칭호까지 받았습니다.

[황마이 / 독립운동가 황운정 선생 아들 : 항상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했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종일 일하는 것을 보고 컸기 때문입니다.]

중앙아시아 황무지에서 기적같은 삶을 일군 고려인들이 강제 이주 80주년을 맞아 카자흐스탄에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비록 말은 잃었지만 80년 세월 동안 지켜낸 한민족 전통과 역사는 현지에서도 큰 관심입니다.

해마다 815 광복절을 앞두고 열리는 고려인 문화 행사는 다양한 다른 민족과 함께 어우려져 중앙아시아 정주 80주년 의미를 더했습니다.

[김야나 / 고려인 문화의 날 행사 참가자 : 이번이 2번째 참가인데 매우 반갑고 기쁩니다. 뜻깊은 80주년을 위해 더 많이 연습했습니다.]

[보시코 블라드미르 / 카자흐스탄 국회 부의장 : 카자흐스탄과 한국 간에 외교 관계 수립 25주년이고, 특히 강제이주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라서 비가와도 참석했습니다.]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후손과 국내 정착 고려인 지원을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병두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고려인들은) 특별한 용기와 신념으로 동포 사회를 일궜고, 단결했고 남다른 성과를 냈습니다. 그분들의 역사를 우리가 보살피고...]

80년 전 아픈 과거를 딛고 당당히 현지 주류 사회에 우뚝 선 고려인은 글로벌 시대 한민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YTN 정유신[ysj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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