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파일] '불가촉천민' 출신 인도 대통령

[인물파일] '불가촉천민' 출신 인도 대통령

2017.07.21. 오후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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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흙수저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단순히 가난한 것이 아니고요.

인도에서 최하위 계층, 닿지도 않아야 한다는 불가촉천민 출신입니다.

인도에는 과거 '카스트 제도'라는 신분제도가 있었는데요.

승려계급인 브라만이 신분상 가장 높고요. 군인·통치계급, 상인계급, 천민계급 이렇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달리트'는 이 피라미드 안에도 속하지 않을 정도로, 최하층 계급이었습니다.

지금은 사실상 제도 자체는 폐지됐지만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됐던 신분 제도인지라 저들과 접촉하면 나도 불결해진다는 의식은 인도인들에게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극한 아르바이트' 체험으로 선택했던 인도 뭄바이의 빨래터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달리트고요.

달리트는 오물 수거나 시체처리 같은 직업에 주로 종사하고 있습니다.

마하마트 간디 등이 억압받는 자라는 뜻의 달리트를 신의 자식을 뜻하는 '하리잔'으로 명칭을 바꾸자고 하는 등 보호에 앞장서면서 달리트들에 대한 대우는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1955년 불가촉천민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법적으로 차별이 금지됐고요.

교육과 공무원 임용 할당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65.6%의 득표로 당선된 코빈드 대통령 당선인도 1945년 인도 북부 칸푸르에서 달리트 가정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교육 할당제 덕분에 칸푸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요.

법학과 경영을 공부해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1년 지금의 여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두 차례 상원의원을 지냈고요.

비하르 주 주지사도 지내며, 정치인으로서는 엘리트코스를 밟았습니다.

[람 나트 코빈드 / 인도 대통령 당선인 : 저의 대통령 당선은 인도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대통령으로 헌법의 권위를 준수할 것입니다.]

달리트 출신 대통령은 1997년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 이후 인도 헌정 사상 두 번째입니다.

의원내각제인 인도에서는 총리가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지만, 대통령은 군 통수권을 갖고 있는 국가 원수의 지위를 갖습니다.

최근 다른 계층들이 달리트 우대 정책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코빈드 당선은 더 의미가 큽니다.

달리트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코빈드 대통령 당선인은 첫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기 위해 힘겹게 일하는 '모든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

코빈드 당선이 인도의 뿌리 깊은 차별을 완전히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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