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코마 송환' 웜비어 사망...美 대북 압박 거세질 듯

[취재N팩트] '코마 송환' 웜비어 사망...美 대북 압박 거세질 듯

2017.06.20. 오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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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여행 갔다 혼수상태로 고국으로 돌아간 미국 청년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 내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북 강경론에 불을 지핀 셈인데, 트럼프 정부의 향후 대북 정책과 북미 관계 영향 알아봅니다.

워싱턴 특파원 연결합니다. 김희준 특파원!

건장하던 아들이 혼수상태로 돌아오더니 결국 사망했습니다. 웜비어의 가족 누구보다 마음 아플텐데, 고문과 학대가 사망 원인이라는 주장인 거죠?

[기자]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송환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것은 가족들의 성명을 통해서였습니다.

성명은 아들 웜비어가 집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끝냈다며 사망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받은 끔찍한 고문에 가까운 학대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떠한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게 했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웜비어가 북한 정권의 잔혹한 학대 때문에 혼수상태가 됐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단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웜비어가 식중독균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으로 수면제를 복용했다 혼수상태가 됐다고 주장했지만, 웜비어를 치료한 신시내티 대학병원 의료진은 그럴 만한 정황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그동안 미국 언론 등은 북한이 웜비어에 고문과 학대를 가했을 가능성을 계속 제기해왔습니다.

[앵커]
그런데 웜비어가 지난해 북한에서 기자회견을 할 때만해도 몸이 멀쩡했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기자]
웜비어는 지난해 1월 여행차 들른 북한 평양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억류 뒤 기자회견을 가진 것은 그 다음 달인 2월이었습니다.

평양 인민문화대궁전에서 열린 회견에서 웜비어는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고 울음까지 터트렸지만, 모습은 건장한 대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3월에 체제전복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는데요, 형 복역 중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혼수상태가 1년 가까이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회견에서 웜비어는 준비된 성명을 읽어내려가며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면서 북한 주민 한명한명에게 사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 정권의 압력으로 인한 거짓 자백으로 풀이됐습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웜비어는 호텔에서 체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는데 어떤 일이 있었던 거죠?

[기자]
웜비어는 관광 목적으로 평양을 방문한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반출하려다 다음날 공항에서 구속됐습니다.

당시 웜비어는 관계자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종업원 대기 구역에 들어가 선전벽보를 떼려다 실패하자 달아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측은 이 같은 웜비어 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증거로 제출했고, 결국 노동교화형이 선고된 겁니다.

웜비어가 정치 선전물을 반출하려고 한 이유는 친구 어머니로부터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번 일로 미국 내 대북 강경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도 미 국무부도 즉각 반응을 내놓았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IT기업 총수들과의 회의 도중 웜비어의 사망 소식을 접했는데요, 즉각 북한을 잔혹한 정권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어 공식성명을 통해 "무고한 사람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강경책을 시사한 발언으로도 해석됩니다.

미 국무부도 별도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국은 웜비어의 부당한 감금과 관련해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불법 구금 중인 나머지 3명의 미국인을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셀 수 없이 많은 무고한 남녀가 북한의 범죄자들 손에 죽어갔다"고 규탄했습니다.

[앵커]
일반 미국 시민들도 큰 충격에 빠졌겠어요.

[기자]
건장하던 대학생이 여행차 들른 북한에 억류됐다 거의 식물인간으로 풀려난 뒤 결국 사망에 이르른 소식은 미국 전역을 슬픔과 분노에 빠뜨렸습니다.

웜비어와 인연이 있는 주변 인물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일제히 애도를 표하면서 북한 당국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습니다.

의회와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북한에 대한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셀던 와이트하우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북한의 잔혹함 때문에 웜비어가 숨졌다면서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습니다.

웜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존 케이식 주지사는 "그의 죽음이 북한 정권의 사악하고 억압적인 본질과 인간 생명에 대한 무시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맹비난했습니다.

[앵커]
향후 미국은 어떤 조치를 취할까요? 북한 여행 금지 조치도 가시화될 것 같다구요.

[기자]
그동안 북한에 미국 시민이 억류됐다 풀려난 사례는 여러 번 있었지만 웜비어처럼 혼수상태로 송환된 것은 처음입니다.

그동안 북한의 미국 시민 억류 조치에 대해 미국은 반인권적 처사임을 강조하면서 여행 경보를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는데요,

이번엔 그 대응 강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북한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가 미 의회와 행정부에서 투 트랙을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은 지난달 관광 목적의 북한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북한여행통제법'을 발의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틸러슨 국무장관은 최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북한에 대한 여행비자 제한 조치를 검토해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방에서 북한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5천 명, 이 가운데 미국인은 천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은 물론 반 인권적 범죄를 규탄하며 전방위 제재와 압박을 가해왔는데요,

웜비어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 정권 옥죄기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김희준 특파원이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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