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마크롱 신당 '싹쓸이'...정치 무관심 속 '지각변동'

[취재N팩트] 마크롱 신당 '싹쓸이'...정치 무관심 속 '지각변동'

2017.06.13. 오후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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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 결과,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이 유례없는 대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혁명 수준이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낮은 투표율 때문에 빛이 바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총선으로 2차 대전 이후 좌우로 나뉘어온 프랑스 현대정치가 극변기를 맞게 된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국제부 취재기자 연결해 이번 프랑스 총선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웅래 기자!

우선 총선 결과부터 짚어보죠. 이번에 치러진 투표가 1차 투표인데,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이 압승을 거뒀죠?

[기자]
우선 프랑스 총선 방식부터 간단히 설명을 해 드리면요, 한 번으로 끝나는 우리나라 총선 방식과는 달리 프랑스 총선은 2번에 걸쳐 진행됩니다.

1차 투표를 한 다음에,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5% 이상 득표한 후보들끼리 결선 투표를 통해 다시 승부를 겨루는 방식입니다.

이번에 치른 선거가 바로 1차 투표입니다.

최종 선거 결과를 가늠할 수 있어서 1차 투표 결과가 상당히 중요한데요, 투표 결과, 말씀하신 대로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이 대승을 거뒀습니다.

정당득표율이 28.21%를 기록했는데, 정치연대로 묶인 민주운동당 득표율까지 더하면 32.32%에 달합니다.

유효표의 3분의 1 정도를 가져간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이 의석수 예상해봤는데, 최대 455석이나 됐습니다.

전체 의석수가 577석이니까 무려 79%에 달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싹쓸이 수준입니다.

[앵커]
사실 대선 직후만 해도 마크롱 신당이 정도로 이길 줄은 예상하지 못한 것 아닙니까?

[기자]
대선은 인물 중심 선거라서 참신함을 내세워 이겼다고 해도 총선에서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또, 선출직 경험이 없는 마크롱 대통령이 과연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선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적극적인 행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이런 관측을 보란 듯이 뒤집었습니다.

우선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의 핵심 파트너는 메르켈 총리를 만나 유럽연합과 유로존에 대한 개혁 논의를 이끄는 등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보였고, 국내적으로는 경직된 노동 시장의 유연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뒤, 엘리제궁으로 노동대표들을 불러 설득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과감한 공천과 내각 인선으로 주도권을 잡으며 최대 적수였던 공화당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번 총선, 대선 이후 불과 한 달 정도 만에 치러졌는데요, 선거가 다가올수록 대선 직후와는 정반대로 마크롱 신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고,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유례없는 압승의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앵커]
압승이 예상돼서 그랬을까요, 투표율이 아주 낮았죠?

[기자]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8.71%였습니다.

지난 2012년 총선 때 1차 투표 참여율보다 8.5%p 낮은 수준인데요, 이걸 뒤집어 놓고 보면 투표 기권율이 51.29%라는 말이 됩니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건데, 프랑스 역대 총선 1차 투표에서 기권자 수가 등록 유권자의 절반 넘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두고 학계와 언론들은 좌우 이념을 대표해온 주요 정당의 붕괴에 적응하지 못한 유권자들과 마크롱 신당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노골적으로 무관심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프랑스 사회의 갈등과 분열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걸 의미하는 겁니다.

[앵커]
앞서 잠깐 언급됐지만, 마크롱 신당의 압승은 결국 주요 정당들의 몰락을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직전 집권당인 중도좌파 정당, 사회당이 충격적이라고 할 만큼 초라한 성적을 냈습니다.

초라한 수준을 넘어서 궤멸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사회당의 정당 득표율은 9% 정도입니다.

의석수로 표현하면 얼마나 낮은 득표율인지 실감이 갈 텐데요, 현재 사회당 의석수는 277석입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 이후에는 많게는 200석 이상 의석을 잃어서 15석에 40석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당이 사라질 정도로 위기에 처한 셈입니다.

사회당 주요 정치인들의 총선 결과도 심각합니다.

당 대표는 물론이고 지난 대선 후보까지 결선행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의석수가 줄면 기부금과 정부 보조금도 크게 줄어드는데, 이 때문에 파리 중심가에 당사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마크롱 신당의 최대 적수였던 공화당도 사회당보다는 낫지만, 초라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정당 득표율 21.56%로 2위를 지켰는데, 공화당만 따로 때놓고 보면 득표율은 15.77%에 머물렀습니다.

[앵커]
이번 총선으로 결국 마크롱 대통령이 강한 리더십을 갖게 됐는데, 여당의 독주 우려와 함께 의회가 정부에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이 나오고 있죠?

[기자]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이번 총선에서 마크롱 신당은 역대 최대 승리를 거뒀습니다.

지난 1968년 6월, 프랑스의 국민영웅, 샤를 드골이 이끄는 여당이 전체 의석의 72.6%를 차지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수준입니다.

그런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지나친 권력 쏠림 현상으로 인한 여당의 독주를 걱정하는 건데요, 상대편 정당들은 의회에서 민주적 토론이 없어질 것이다, 또 한 정당에 너무 권력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며 벌써부터 마크롱 신당에 대한 견제에 나섰습니다.

의회가 정부에 예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신당 공천자의 절반이 정치 신인이라서 새로 구성될 의회가 행정부에 예속될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일단 신당은 지배하는 다수가 아닌 책임 있는 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정말 책임 있는 다수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국제부 김웅래 기자와 함께 프랑스 총선 결과의 의미, 그리고 향후 전망 알아봤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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