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공같은 트럼프 돌발 발언... 속내는?

럭비공같은 트럼프 돌발 발언... 속내는?

2017.05.01.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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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힘든 돌발적인 언행은 미 국내는 물론 해당 외국까지 당황스럽게 만들죠.

동맹인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도 예상을 뒤엎는 주장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그런 돌발 발언의 속내는 무엇인지 취재기자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LA 김기봉 특파원 나와 있습니까?

아무래도 사드 비용 문제부터 짚어봐야겠는데요, 오늘 미국 국가안전보좌관이 또 상황을 뒤집는 듯한 말을 했네요?

[기자]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의 사드 배치 비용 부담과 관련해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앵커가 당신이 한국 측에, 한국이 부지 제공, 미군이 비용부담이라는 기존 협정을 지킬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데 그게 사실이냐,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맥매스터는 "내가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이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것은 아시는 대로, 사드 비용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천억 원이 넘는 돈을 한국이 내라는 것입니다.

[앵커]
대통령의 발언을 부정하는 것이 가장 싫다... 이 말은 결국 사드 비용을 한국이 내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말의 논리적인 흐름만 본다면 일단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내가 말한 것은 '어떤 재협상이 있기 전까지는 그 기존협정은 유효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재협상을 하면 돈을 내는 주체가 달라질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이 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사드와 관련해 재협상이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뤄질 수 있으며 얼마만큼의 실효성을 가질지는 불확실합니다.

한반도 사드는 주한미군의 군사적인 전략의 하나로 미국의 주도하에 들여오게 된 것이고 따라서 장비의 설치와 운영은 당연히 미군이 부담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재협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따라서 이번 인터뷰는 국가안보보좌관이 대통령의 말을 공식적으로 번복할 수 없기 때문에, 원론적인 차원의 언급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도 있습니다.

[앵커]
자, 이게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서 빚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요?

[기자]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한국 부담 이야기는 정부 기관을 통해 조율돼서 나온 말이 아니고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돌발적으로 한 말입니다.

하지만 말의 방향은 그가 후보 시절부터 계속 주장해온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같은 맥락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공약을 이행한다는 이미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와 함께, 동맹국에게 적절한 자극을 줘서 꼭 해당 사안이 아니더라도 추후에 미국의 국익에 유리한 쪽으로 관계를 몰고 가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비용 얘기를 할 때 한미FTA 재협상도 언급을 했죠? 그건 어떤 의미로 봐야 하나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인터뷰에서 한미 FTA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만들어낸 끔찍한 사건이었다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재협상하거나 아예 종료시키겠다는 말까지 했는데요, 언제 재협상을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바로 곧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 FTA는 한쪽 당사국이 협정 종료를 통보하면 6개월 후에 폐지되는데요,

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가지를 모두 노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재협상이나 폐지를 언제든 통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면서, 다른 협상이나 사안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예측하기 힘든 발언과 행동, 이러한 행동의 방식에서는 김정은 북한 지도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닮았다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많은 돌발 행동을 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돌발 주장을 해왔습니다.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과 그 비용의 일방적인 멕시코 부담 선언.

그리고 대만 총통에게 전격적으로 전화를 걸어 중국에 충격파를 던져줬고, 무슬림 7개국 국적자를 갑자기 입국하지 못하게 해 공항에서 발이 묶이게 했고, 수십 년간 살아온 서류 미비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기로 해 대혼란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과 만찬 중에 시리아에 토마호크 미사일 폭격을 했으며, 개발 이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폭탄의 어머니' 모압을 아프가니스탄에 갑자기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북 역할을 말하던 도중 뚜렷한 실체도 없이 "바로 두 세 시간 전에도 놀라운 조치가 있었다"고 말해 전 세계를 긴장시키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예측 불가의 언행을 한다는 것, 특히 파급력이 큰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런 돌발 언행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데요, 이런 돌발 언행의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나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공연히 다른 나라가 미국을 매우 어렵게 생각하게 해야 한다. 미국이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습니다.

카드를 다 보여주면 상대가 거기에 맞는 대책을 세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확실한 주도권을 갖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취임 100일을 맞아 美 CBS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도 대북 정책과 관련해 그런 말을 또 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도널드 트럼프 / 美 대통령 : 북한 군사 응징 여부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에게 군사행동에 대해 최근 많은 질문을 해서 잘 알잖아요. 우리가 모술로 가는 것을 발표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 행동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건 체스 게임입니다. 나는 사람들이 내 생각을 알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앵커]
불쑥불쑥 돌발 언행을 하는 것은, 반대로 애매 모호한 표현을 하는 것과도 결국 연결이 되는 것 같은데요, 조금 전 말씀하신 이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같은 표현을 했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것에 대해 "나는 쏘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그런 행동이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즉 나의 기분을 좋지 않게 할 것이다. 나뿐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기분도 좋지 않게 할 것이다"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이 군사적인 행동을 말하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 두고 봅시다"라는 말로 애매하게 답을 하고 넘어갔습니다.

이런 모호한 답변은 결국 어떤 순간, 돌발적인 언행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특히 이번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은을 향해 '영리한 녀석'이라는 말까지 했죠?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26~27세에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아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장군들을 다루며 결국 정권을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삼촌을 포함해 많은 사람이 그의 권력을 뺏으려고 했지만, 그가 결국 권력을 잡은 만큼 분명히 그는 '프리티 스마트 쿠키',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이 말속에는 김정은이 꽤 머리도 좋고, 강단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뉘앙스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또다시 훌륭한 인물로 추켜세우면서 북한 문제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간접적인 압박을 가했습니다.

[앵커]
네, 김기봉 특파원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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