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귀금속 시장 장악한 '금관의 후예'

일본 귀금속 시장 장악한 '금관의 후예'

2017.04.22. 오전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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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고가 귀금속의 대부분이 도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재일동포 장인들 손을 거치는 것을 아시나요?

금관의 후예다운 장인 정신으로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리의 뿌리를 지키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유신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귀금속 세공업체들이 몰려 있는 도쿄 우에노 오카치마치 거리.

늦은 시간까지 망치질 소리가 요란합니다.

산소 용접기와 줄로 귀금속과 씨름하다 보면 어느새 값비싼 반지가 모양을 갖춰 갑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야간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김행태 대표, 김 대표 이름을 믿고 도쿄 긴자나 홍콩 유명 매장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귀금속 작업을 맡깁니다.

[김행태 / 도쿄 우에노 귀금속 업체 대표 : 다이아몬드가 지금 한 40개 정도 들어 있어요. 그게 220만엔 짜리, 우리나라에서는…2천만 원이 넘는 거죠.]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피해 일본으로 건너온 김 대표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습니다.

[김행태 / 도쿄 우에노 귀금속 업체 대표 : 그래서 다섯 번째 올라갔다 내려와서 그걸 해다 주니까... 그제야 아 오케이. 그때 그걸 당해놓고 나니까 "내가 여기 왜 왔지?"]

한국에서 한때 명장에 사장님 호칭까지 들었지만 장인의 나라 일본에서 인정받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김행태 / 도쿄 우에노 귀금속 업체 대표 : 제 도장이에요. 제가 검품해서 찍는 거죠. 이 도장을 딱 보면 누가 했는지 회사에서, 거래처에서 다 알거든요. 그럼 만약에 이 김 자가 앞에 찍혀있다. 그럼 (거래 업체들이) 검품도 안 해요.]

김 씨처럼 40년 전 도쿄에 정착하기 시작한 금관의 후예들은 타고난 성실성으로 일본 귀금속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한때 천 명에 달했던 한인 장인들은 경기 침체와 동남아 기술자 유입으로 지금은 60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양점용 / 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 회장 : 자는 시간을 줄여서 식사 시간을 아껴가며 건강 관리를 못했습니다. 급작스럽게 쓰러지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

고된 일과를 마친 귀금속 장인들이 벚꽃 축제가 한창인 우에노 공원으로 향합니다.

가족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선 포장마차입니다.

한국 음식도 알리고, 수익금으로 7년째 한글학교 운영을 돕고 있습니다.

[조영란 / 재일한국인귀금속협회 부녀회장 : 아이들이 일본에 오래 살면서 한국말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한글학교를 운영하는데 1년간 예산으로 쓰기 위해서….]

한일 관계 악화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에노 한인 장인들은 땀으로 쌓아온 장인 정신과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YTN 정유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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