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언론 교류 프로그램] ②“언론의 힘은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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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1.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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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주 언론 교류 프로그램] ②“언론의 힘은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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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글만!"…대안 언론 '더 컨버세이션'

지난 2015년 옥스퍼드 온라인사전 신조어 리스트에는‘행그리(hangry)’란 합성어가 올랐다.‘배고픈(hungry)’과 ‘화난(angry)’의 합성어다. 배고파서 짜증이 난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호주 온라인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실린 글에서 처음 쓰였다. 2015년 7월, 시드니대학 연구원 어맨다 살리스는“행그리의 과학, 왜 어떤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화가 날까”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틀 만에 160만 명이 읽었다. 미국 CNN, 영국 인디펜던트 등 해외 유력 매체에서 인용 보도도 했다. 글이 실린‘더 컨버세이션’은 2011년 호주에서 출범한 대안 언론이다.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된다. 지금은 미국과 프랑스, 인도네시아까지 발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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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컨버세이션’은 인터넷으로만 운영한다. 따로 지면을 발행하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기자가 직접 취재해서 쓴 기사는 없다는 것이다. 대학 교수나 연구원 등 학자나 전문가의 글만 받는다. 기자들은 기고 글을 쉽게 고쳐 쓰고 오류를 잡아내는 일을 한다. 전문 용어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고쳐서 게재한다. 로이터 출신의 에디터 수난다 크리는“16살 청소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대부분 영국 BBC나 가디언 등 유력 매체 출신으로 10년 차 이상이다.

한 달 평균 독자는 400만 명에 달한다. 수난다 크리는“기고자에게 따로 원고료를 지급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원고료를 주지 않는데도 호주 사이트에만 두 번 이상 글을 쓴 학자가 만8천 명에 달한다. ‘더 컨버세이션’에 글을 기고한 학자들은 각종 언론과 연구단체에서 ‘러브콜’을 받는 스타 학자가 된다. 이곳에 실린 기사는 저작권도 없다. 문화·경제·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일 20건 정도 새로 기사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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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사는 '팩트 체크'…재정 독립으로 극복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에서는 이른바‘가짜 뉴스 주의보’가 발령됐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오려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부친 묘소를 참배할 때 퇴주잔을 버리지 않고 마셨다는 내용으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가짜 뉴스였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앞선 미국 대선에서도 볼 수 있듯이‘가짜 뉴스’는 이제 세계의 골칫거리가 됐다.

호주도 예외는 아니다. 호주 국영방송 ABC는 지난 2013년부터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3년 동안‘팩트 체크’부서를 운영했다. 정치인의 발언, 공약, 정책 등을 1,000번 넘게 검증했다. 1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의원들이 팩트 체크를 인용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콘텐츠는 ABC 방송, 인터넷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에 게재됐다. 에디터를 맡은 러셀 스켈턴은 호주 유력 매체‘디 에이지’에서 편집부국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러셀 스켈턴은“누구를 모욕하기 위한 게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토니 애벗 전 총리의 공약 대부분이 거짓임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팩트 체크’가 불편했던 호주 정부가 예산을 대가로 폐지를 요구해 ABC가 받아들이면서 위기를 맞았다. 지금은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이다. ABC는 플랫폼 정도만 제공한다. 1년에 필요한 예산은 50만 호주달러, 한화로 4억2천여만 원이다. 러셀 스켈턴은“외부 기부금과 강의료 등으로 3년 뒤에는 재정적으로 독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YTN 최기성(choiks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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