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아기의 장기를 바로 기증하려는 부부

태어날 아기의 장기를 바로 기증하려는 부부

2017.02.27. 오전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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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아기의 장기를 바로 기증하려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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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케리와 로이스는 딸을 낳을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배 속의 아이를 보려 병원에 간 날, 다섯 달이 채 안 된 딸 에바에게 장애가 있다는 걸 알기 전까진 그랬다. 곧 의사는 태아에게 무뇌증이 보이며 고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대개 무뇌증이 있는 태아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돼 숨을 거둔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유도분만을 하는 경우가 적잖다. 하지만 케리와 로이스는 딸을 일찍 낳아버리는 대신 열 달을 꽉 채우기로 결심한다. 에바의 온몸이 다 자란 후에 세상 빛을 볼 때 아이의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서다. 비록 태어나자마자 에바는 곧 잠들겠지만.

케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들의 사연을 고백했다. 그는 "에바에겐 정말 완벽한 팔다리, 손, 신장, 폐와 간이 있다. 다만 완전한 뇌를 갖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바의 엄마는 "삶이라는 뜻을 가진 에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아기를 다 길러내기로 했다"며 "아이가 튼튼하게 태어나는 대로 장기 기증을 통해 더 많은 생명을 살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태어날 아기의 장기를 바로 기증하려는 부부

(▲ 케리 영의 SNS에 올라온 에바의 4D 사진)

물론 이 결정을 하기까지 부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조산하지 않고 배 속에 아기를 둔다는 건 한동안 아기의 재채기, 발차기, 움직임 모두를 몸에 담는다는 의미. 로이스는 "에바의 장기가 다 자랄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아기가 태어난지 몇 시간 후에 죽게 될 걸 알면서도 아기의 심장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이 부부가 에바를 품기로 한 데는 장기기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케리는 "에바는 가능한 한 모든 걸 세상에 두고 갈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이 세상에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우리도 계속 흔들리고 힘들어하고, 자괴감이 들 수 있다. 계속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부탁도 남겼다.

아기의 심장 판막, 신장, 간, 췌장은 아기가 태어나는 대로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될 예정이다. 케리와 로이스는 의학연구를 위해 아기의 폐도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에바는 올해 5월 7일에 새 생명으로 세상에 나온다.

YTN PLUS(mobilepd@ytnplus.co.kr)
[사진 출처=Keri Young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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