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외교는 움직이는 거야"...중국 밀당의 역사

[뉴스통] "외교는 움직이는 거야"...중국 밀당의 역사

2016.07.26. 오후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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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다가도 당기고, 당기다가도 밀어내는 것.

흔히 '밀당'이라고 하죠.

상대방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묘한 심리 싸움을 할 때 쓰는 관계 방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밀당'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북한에 냉랭했던 중국인데요.

이렇게 보란 듯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말 '밀당'하는 걸까요?

6.25 전쟁 이후 중국과 북한은 서로 혈맹관계라고 부르는 사이가 됐었습니다.

6.25 전쟁 당시, 중국에서 많은 병력이 투입돼 북한을 도와줬기 때문인데요.

순조로운 듯했던 북중관계는 1992년 한중수교로 잠시 얼어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으로 양국관계는 다시 사이가 좋아졌고, 중국은 경제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중국군의 한국전쟁 참전 60주년을 맞아 중국은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강조했습니다.

6.25 전쟁은 북-중 양국의 위대한 승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CCTV 보도 (지난 2010년) : 시진핑 부주석은 '위대한 항미원조전쟁 (6.25전쟁)은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대항하는 정의로운 전쟁으로 북-중 양국 인민군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습니다.]

북한과의 혈맹관계를 부각시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은 북한에 대해 냉랭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합니다.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김정은은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고, 중국통으로 알려진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북중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게 됩니다.

이후, 중국이 북한을 밀어내는 모습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면서 양국의 전통적 혈맹관계가 통째로 흔들리는 모양새였습니다.

가장 최근까지도 중국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는 냉랭했습니다,

지난 5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보낸 축전입니다.

조선노동당 위원장에 선출된 김정은에게 보낸 것인데요.

'김정은 동지'라는 호칭이 빠져 있었습니다.

최근 다른 국가의 당 지도자에게 보낸 축전에서 '동지' 호칭을 사용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하오 / 한반도 전문가 (지난 5월) : 축전을 보면 지금 상황에서는 중국, 북한 양당 지도자 사이에 관계가 개선되려면 아직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또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 이웃 국가로서 한반도에 전쟁과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모두에게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또 완전하게 집행할 것입니다.]

마치 북한을 들었다 놨다, 외교 전략을 펼쳤던 중국은 이번에는 투트랙 외교연출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과 2년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노골적으로 친밀감을 드러냈습니다.

라오스에서 만나 환담한 리용호 북한 신임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두 장관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활짝 웃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친밀감을 과시하면서 양국 간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반면, 우리 측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는 냉랭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한중 회담 당시에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표정이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왕선택 /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 중국이 한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홀대를 했다, 이렇게 판단을 할 수 있고. 북-중 외교장관 회담은 아주 좋은 시간에 또 정확하게 장소를 맞춰서 제대로 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의도, 계획, 사전에 충분하게 반영된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왕이 부장의 태도는 외교적인 결례라기보다는 외교적으로 이미 기획이 된 그런 부분이다, 이렇게 봐야 되겠습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북한 끌어안기'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

북중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윤병세 / 외교부 장관 : 북한이 원한다고 하더라도 과거 냉전시대처럼 남북, 북·중·러, 한·미·일 이런 구도가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과도한 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밀었다 당겼다 수차례 반복하고 있는 중국.

이번 행보를 통해, 앞으로 동북아 정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계산된 행보란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 다시 어깨동무를 하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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