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립주의의 위협...EU의 앞날은?

신고립주의의 위협...EU의 앞날은?

2016.07.02. 오전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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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결정으로,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유럽연합의 앞날은 매우 어두워졌습니다.

신고립주의가 확산하면서 다른 회원국들의 추가 이탈이 이어질 경우, 와해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회원국들의 요구를 일일이 들어줄 경우 권한과 기능이 대폭 축소되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의 앞날을 임장혁 기자가 전망해봤습니다.

[기자]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인들의 심리는 '외국인과 섞여 살기 싫다','우리만 생각하겠다'는 말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영국 시민 / 탈퇴에 투표 : 탈퇴요. (왜요?) 이민자들! 우리나라에서 떠나라! 등등의 이유로…]

이런 결정은 이민자나 난민을 거부하고 유럽연합의 간섭에서 벗어나겠다는 다른 유럽국가의 반 EU 정서에도 불을 지폈습니다.

이른바 신고립주의가 고개를 든 겁니다.

여기에 기댄 각국 극우정당들이 힘을 얻으면서 추가탈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사다 이슬람 / '유럽의 친구들' 대표 : 인기에 영합해 탈퇴 투표를 하려는 유럽 내 극우정당들의 요구에 대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프랑스와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그런 움직임이 있는데, 유럽연합 지도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입니다.]

추가탈퇴가 현실화할 경우 유럽연합은 분열과 와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막으려면 유럽연합은 기존 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개혁에 나서 회원국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합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 그리스 총리 :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유럽연합이 정신을 차리도록 '경종'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마뉴엘 발스 / 프랑스 총리 : EU는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개혁을 거부하면 더 많은 유럽인들이 떠날 것입니다. 그러면 EU의 역사도 끝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유럽연합의 기존 권한을 대폭 줄이고 회원국의 자율권을 늘리는 방향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유럽연합의 위상은 사실상 각 회원국의 경제적 실리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힘없는 기구로 전락하게 됩니다.

유럽연합이 지금의 정책을 유지하든,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든, 영국의 탈퇴 결정으로 입은 상처를 회복하고 위상을 높일 기회가 적다는 얘기입니다.

분쟁 해결 기능이 상실되면서, 자국 이익만 우선하는 신고립주의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습니다.

유럽 내 인종과 종교 갈등이 첨예화되고, 난민 구호와 환경 등 국제 현안에서 공동선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위기를 맞게 됩니다.

한편에선 역설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탈퇴 결정 직후부터 영국이 엄청난 경제적 혼란과 정치 불안의 부메랑을 맞고 있는 상황 때문입니다.

영국이 다른 나라 국민에게 '나가면 저렇게 된다'는 반면교사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유럽연합의 위상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 프랑스 대통령 : EU를 떠나는 데는 큰 대가가 따릅니다. 바로 영국이 지금 그 대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그 대가의 희생자가 되게 한 것은 바로 영국 스스로 내린 결정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영국이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재투표 등의 형식으로 복귀할 경우, 신고립주의도 위축될 거라는 예상까지 가능합니다.

이런저런 전망과 예측이 혼재하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불확실성뿐'이라는 한 외신의 진단처럼, 유럽과 국제사회에는 상당 기간 혼란과 불안이 맴돌 것으로 보입니다.

YTN 임장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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