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한국의 오늘을 내다 본 앨빈 토플러

15년 전, 한국의 오늘을 내다 본 앨빈 토플러

2016.06.30. 오후 5:57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현대의 노스트라다무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향년 87세로 별세했습니다.

1928년 뉴욕에서 태어난 토플러는 1970년 현대사회를 통찰한 저서 '미래충격'으로 이름을 알렸고, 1980년 그 유명한 '제3의 물결'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당시 토플러가 내다본 21세기 미래 사회, 지식 자본을 기반으로 한 고도의 정보화 사회였죠.

2016년 현재,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입니다.

그런데 토플러가 지난 2001년 6월 30일, 그러니까 정확히 15년 전 오늘, 한국 사회에 남긴 예언이 있었습니다.

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건넨 '위기를 넘어서 : 21세기 한국의 비전'이라는 보고서인데요.

IMF를 전후한 한국 사회를 6개월 동안 연구해 내놓은 보고서입니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앨빈 토플러 / 2001년 6월 방한 강연 당시 : 한국이 20세기 산업경제에서 21세기 지식기반경제로 나아가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약적인 경제 도약을 이루던 우리나라는 어쩌다 IMF라는 경제 위기를 맞게 됐던 걸까요?

토플러는 그 이유를 우리가 여전히 산업화시대 경제발전 모델만 쫓고 있었던 데서 찾았습니다.

1990년대, 세계는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가치, 신산업 창출에 나서고 있었던 겁니다.

토플러의 지적이 뼈아팠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이미 이보다 4년 앞서 한국을 방문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예고한 적이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 / 1997년 방한 당시 : 이제 수출 경쟁으로 살아남기는 불가능합니다. 미래 수출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고, 갈수록 더 많은 생산물이 생길 겁니다. 이제 남들이 제공할 수 없는 독특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경제 위기를 겪어야 했고 그 위기를 어렵게 극복해 낸 대한민국, 토플러는 2001년 보고서의 서문을 이런 말로 시작하는데요.

"한국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 그 선택은 현재의 모든 한국인뿐만 아니라 향후 수십 년 동안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로 종속국가로 남느냐, 선도국가로 앞서가느냐의 중대 기로를 가리킵니다.

[앨빈 토플러 / 2001년 방한 당시 : 제3의 물결에 성공적으로 진입한다면 최소한 한국이 60년대에 거뒀던 극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제3의 물결에 어느 나라보다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도국가일까요?

아직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면, 15년 전 앨빈 토플러가 남긴 다른 조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업은 덜 집중화되고, 덜 관료화되며, 덜 수직화된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 정부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2016년 대한민국, 15년 전으로부터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그의 조언이 아직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우리에게 여전히 비전이 남아 있고,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한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나연수 [ysna@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