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재투표·분열 조짐...EU, 후속 대책 논의 본격화

영국, 재투표·분열 조짐...EU, 후속 대책 논의 본격화

2016.06.27. 오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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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재투표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분열 조짐이 확산하는 가운데, 국제 질서에도 지각 변동이 우려되면서 각국 정상들이 후속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국제부 연결합니다. 조수현 기자!

스스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인들 사이에서 투표 이후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데, 현지 분위기가 어떤지 전해주시죠.

[기자]
영국에서는 지금 청년층 시위에, 재투표 청원 운동에, 후회와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투표 이후 현실적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되면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한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유행처럼 나돌고 있는데요.

영국민 상당수가 민족주의적 감정에만 휩쓸려 EU 탈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투표에 참여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재투표 청원 서명자가 300만을 넘어섰고, 잔류 의견이 우세했던 런던에선 아예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는 청원운동도 시작됐습니다.

런던 시민의 얘기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루신다 존슨 / 전업주부 (30살) : 사람들이 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재투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청원에 서명했어요. 모두가 후회하고 있어요.]

세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늘어난 이민 인구가 영국민의 복지를 위협한다는 점을 내세운 고령층과 달리, 실업 문제로 고통받는 젊은이들은 더 안전한 미래를 위해 'EU 잔류'를 호소해왔는데요.

때문에 런던 곳곳에선 투표 이후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시위에 투표권이 없는 10대들도 가세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난번 있었던 영국 하원의원의 피살 사건처럼 찬반 세력의 충돌로 폭력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혹은 이민자들을 겨냥한 증오 범죄도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우려됐던 영국 연방의 분열 조짐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요?

[기자]
영국은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잉글랜드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등 4개 지역으로 구성된 연방인데요.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경우 EU 안에서의 영국이 훨씬 더 이익이라는 입장이라 잔류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탈퇴'로 결정 나자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는 예고한 대로 분리독립 투표 재추진 문제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임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이미 한 차례 주민 투표를 치른 바 있는데요.

당시 투표가 부결되면서 흐지부지해졌던 독립 움직임이 다시 힘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북아일랜드에서도 95년 전 분리된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재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 대영제국이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영국의 탈퇴로 그동안 독일과 프랑스, 영국이 이끌어온 유럽연합의 삼각 축이 사실상 무너지게 됐는데 EU 정상들,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유럽연합 창설을 주도한 6개국 외무장관들이 국민투표 직후 비상 회의를 소집한 데 이어, 오늘부터 개별 회담 일정이 본격화됩니다.

먼저 EU의 양대 축인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이탈리아 등 세 나라 정상이 오늘 베를린에서 만나는데요.

이 자리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앞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영국을 제외한 EU의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 내일부터는 브뤼셀에서 EU 27개국과 영국의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향후 협상 절차가 좀 더 구체화될지 주목됩니다.

새 총리를 선출하는 10월까지 기다려달라는 영국에, EU 측은 협상에 빨리 착수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어서 양측의 '이혼 절차'가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정상회의 이튿날에는 EU 지도부와 회원국 정상들이 캐머런 영국 총리를 빼고 비공식 회동을 갖는데요, EU 체제의 안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로마를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국민투표 이후 급히 일정을 추가해 오늘 브뤼셀과 런던을 방문하는데요.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테러 전선 등 국제 안보 체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EU 측과 머리를 맞댈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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