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해치지 않았는데 왜"...고릴라 사살 논란 확산

"아이 해치지 않았는데 왜"...고릴라 사살 논란 확산

2016.05.31. 오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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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서는 동물원 우리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하려고 희귀종 고릴라를 사살한 사건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습니다.

고릴라가 직접 아이를 해치지 않았는데 사살한 건 동물원 측의 과잉 대응이었다는 건데, 온라인 청원 운동까지 벌어지면서 동물원 측 입장도 난처해지고 있습니다.

국제부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조수현 기자!

사건이 발생한 지 며칠이 됐는데, 그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군요?

[기자]
지금 SNS를 비롯한 인터넷상을 보면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사살된 고릴라의 이름이 '하람베'인데, '하람베를 위한 정의'라는 제목의 온라인 청원운동이 펼쳐지면서 지금까지 28만4천여 명이 서명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신시내티 동물원 앞에서는 보이콧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고릴라가 아이를 물거나 직접 해치지 않았는데 세상에 300~400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고릴라를 사살한 건 과잉 대응이었다, 동물원 측이 더 신중하게 대처했어야 했다는 겁니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부모에 대한 비난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부모의 부주의가 초래한 비극이라며, 고릴라 사살에 대한 죗값을 부모가 치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찌되었든 애꿎은 생명체만 희생당했다는 동물 보호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앤토니 세타 / 동물 보호 활동가 : 하람베는 일생을 자유롭지 못하게 보냈는데 아무런 잘못 없이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되어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논란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영상에 담긴 일부 장면 때문인데, 이 부분 자세히 살펴볼까요?

[기자]
공개된 현장 영상을 보면 하람베가 아이를 곁에 품고 보호하듯, 조심스레 다루는 장면이 담겨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는 건데요, 화면 함께 보시죠.

하람베가 우리 안에서 아이와 마주보고 앉아, 호기심에 아이를 살펴보는 듯한 모습이고요.

그 자리에 선 아이의 바지 뒤를 잡아당겨 해자 가장자리로 옮겨놓고는 자신의 몸으로 보호하는 듯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어서 보시는 장면이 고릴라 사살에 이르게 한 문제의 상황인데요.

하람베가 꼬마의 팔을 잡고 거칠게 물속을 끌고 다니고 있죠.

이런 상황이 10분 넘게 이어지면서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워지자 하람베를 사살할 수밖에 동물원 측의 입장인데요.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종합해보니까 주위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리면서 소리를 지르는 등 흥분한 상태여서 하람베에도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때문에 동물원 측이 초기에 하람베와 관람객들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상황이 커지자 동물원 측이 또 기자회견을 열었다는데,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이미 사건 경위와 고릴라를 사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충분히 설명했는데, 논란이 커지자 동물원 측은 해명 성격의 2차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지난 140여 년 동안 이 동물원에서 없었던 전례 없는 일인 만큼, 안타깝고도 힘든 상황이다, 멸종위기종인 하람베는 동물원 측에도 귀중한 존재였다, 그렇지만 당시 아이의 목숨이 우선이었고 가볍게 내린 판단이 아니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아이가 계속 끌려다니면서 콘크리트에 머리를 부딪치고, 더 크게 다칠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동물원 측은 연이은 입장 표명과 함께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청원 운동에 동물원 앞에서 시위까지 벌어지면서 사태를 진화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조수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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