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트럼프 돌풍', 힐러리까지 추월

설마했던 '트럼프 돌풍', 힐러리까지 추월

2016.05.03. 오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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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 미국 대통령 : 내년 이 시간에는 다른 누군가가 이 자리에 서 있을 겁니다. '그녀'가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백악관 출입기자단과의 임기 마지막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그녀'로 지목해 만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대선주자로 굳어진 민주당 힐러리와 공화당 트럼프의 대결에서 유머러스하게 힐러리를 띄워줬죠.

그런데, 기분 좋게 웃고 있을 상황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과의 가상 대결에서 승리할 수도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는데요.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현지 시각으로 어제 공개한 최신 전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1% 지지율을 기록해 39%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2% 포인트 앞섰습니다.

앞서 미국 정치 웹사이트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가 지난달 실시한 7개 여론조사 집계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평균 47.1% 지지율로 트럼프를 평균 6.7%포인트나 앞섰는데요.

가상대결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이렇게 결과가 뒤집힌 걸까요?

그동안은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은 약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트럼프의 인기몰이에 대선 후보가 되려면 과반 확보는 필수라며 공화당 주류 세력이 중재전당대회를 거론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실제 트럼프의 낙점 가능성이 커지자, 공화당 지지층이 트럼프로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주류 의원들의 '줄서기'도 시작됐습니다.

빌 슈스터 하원 교통위원장과 제프 밀러 하원 재향군인위원회 위원장, 마이크 켈리 하원 의원 등이 잇따라 트럼프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마이크 켈리 / 하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 : 민심을 살펴보면 트럼프의 리더십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가 생각보다 훨씬 강해요.]

이런 상승세 속에 트럼프는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왜 다른 나라까지 도와줘야 하느냐, 철저히 미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발언으로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긁어주고 있는데요.

이제, 인기몰이를 위한 즉흥 발언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 캠프의 외교 정책 담당자, 왈리드 파리스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과 일본, 독일 등 미군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협상하겠다,

그러니까 '동맹국으로부터 돈을 더 걷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또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와는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최근 유세에서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거론하며 중국을 '성폭행범'에 비유하는 막말을 또 꺼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미 공화당 대선후보 : 더는 중국이 우리 미국을 성폭행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은 세계 역사상 가장 악랄한 강도질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밤, 미국 인디애나 경선이 열립니다.

크루즈와 케이식이 트럼프를 막겠다며 연대를 선언했지만 역시나 트럼프의 압승이 예측되고 있는데요.

'설마'했던 경우의 수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도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가정을 하고 방위비 문제와 대미 수출 등에서 철저한 외교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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