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문제로 北 옥죄는 美...안보리 성명 채택 또 지연

인권 문제로 北 옥죄는 美...안보리 성명 채택 또 지연

2016.05.03.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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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억류 당시 생활을 처음으로 언론에 털어놓은 가운데, 미국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상황을 다루는 양자 제재를 추진하는 등 인권 문제를 동원해 대북 압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언론성명 채택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데, 그 배경도 함께 알아봅니다.

국제부 연결합니다. 조수현 기자!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가 북한에서 풀려난 뒤 처음으로 억류 당시 생활을 증언했는데, 인터뷰 내용부터 전해주시죠.

[기자]
케네스 배 씨의 이번 CNN 방송 출연은 2014년 석방된 뒤 1년 반 만입니다.

2년 남짓, 735일 동안 북한 노동교화소에 수용됐을 당시 경험을 상세하게 털어놓았는데요.

종일 중노동을 겪는 등 육체적 고통과 함께 언어폭력에도 시달렸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내용,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케네스 배 / 한국계 미국인 선교사 :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한 주에 6일간 돌을 나르고, 석탄을 캐는 중노동을 했는데 육체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미국 정부와 국민은 당신을 잊어버렸고, 조기에 귀국할 수 없고, 15년 뒤 60살이 돼야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 중에는 북미 대화의 물꼬를 여는 계기를 마련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 김정은과 회담하고 억류 중이던 미국인 기자 2명을 미국으로 데려온 사례가 대표적이고요.

케네스 배 씨도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가 2년 복역 끝에 북미 간 협상을 통해 석방돼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양측 관계가 악화하면서 2014년 11월 배 씨 석방 이후로는 이런 사례가 양측의 '대화 카드'로 작용한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배 씨의 방송 인터뷰와 맞물려 미국 정부가 인권 유린에 가담하는 북한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들어왔는데, 어떤 의미를 둘 수 있을까요?

[기자]
우선, 미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만을 이유로 북한 관리들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공식 밝힌 내용인데요.

킹 특사는 "납치 문제를 포함해 북한 인권과 관련한 광범위한 이슈에 연루된 북한 정부 관리들에게 제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재 대상자는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입국이 금지될 것으로 보이는데, 북·미 관계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김정은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 추궁과 함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처벌을 추진하기 위한 위한 절차이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도발 언행을 계속하는 북한에 대한 압박의 범위를 넓혀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호에 담긴 다른 대북 제재와 더불어, 인권 문제가 북한을 옥죄는 또 다른 요인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미 두 나라의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킹 특사는 내다봤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유엔 안보리의 북한 규탄 성명 채택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데, 현재 상황 어떻습니까?

[기자]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언론성명을 처음 논의한 게 지난달 28일이었는데요.

이르면 지난 주말 사이 성명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는 미국과 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논의가 지연됐고, 이후 미·중은 합의를 이뤘지만, 러시아가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성명 내용을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러시아 측의 입장인데요.

앞서 지난 2월에도 러시아의 '시간 끌기'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늦춰진 바 있죠.

러시아가 미·중 중심의 합의 과정에서 존재감들 드러내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주 중에는 발표가 나오겠지만, 오늘 밤이 될지, 또 내일로 넘어갈지는 미지수입니다.

언론성명은 안보리 조치 가운데 결의안이나 의장성명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안보리가 북한 문제를 그만큼 중대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어서, 이번 성명 채택과 함께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조수현[sj10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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