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외교정책...한국 방위비 분담 대비해야

트럼프의 외교정책...한국 방위비 분담 대비해야

2016.05.02. 오후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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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더욱 커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니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군 주둔국의 금전적 부담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더욱 확고히 했습니다.

한국이 내는 돈이 너무 적다, 돈을 더 내기 싫으면 주한미군이 떠날 수도 있다는 건데,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이 이전처럼 그리 낮은 것도 아니어서 우리나라로서는 방위비와 관련한 대응책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임장혁 기자!

한국 등 동맹국들이 미국에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이 인기를 끌기 위한 일시적인 주장이 아닐까 싶기도 했는데, 지금은 구체적인 공약으로 굳어지는 상황이네요?

[기자]
트럼프는 어제도 폭스뉴스 TV의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미국은 세계경찰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독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어해주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여러 동맹국에 더는 해줄 게 없다는 말도 했는데, 돈을 더 내기 싫으면 미군은 떠날 테니 방위는 알아서 하라는 취지를 이어간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이 발언들이 즉흥적이거나 미국 내 인기를 의식한 것으로만 볼 수 없는 게, 이른바 트럼프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사람을 통해 이런 입장이 더 구체화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외교 관련 연설이나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대선캠프의 왈리드 파리스는 트럼프가 실제로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과 일본, 독일 등 미군 주둔국의 방위비 분담 비율을 높이는 쪽으로 협상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동맹국으로부터 돈을 더 걷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대선 공약으로 삼은 것입니다.

[앵커]
트럼프 측 말만 들으면, 우리나라가 마치 공짜로 미국의 혜택을 보는 것처럼 들리기 쉬운데, 사실이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트럼프는 한국의 방위비 분담액에 대해 그동안 무임승차, 또는 푼돈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한국의 분담액이 거의 없는 것처럼 주장해 왔습니다.

트럼프의 이른바 한국 안보 무임승차론은 지난해 10월쯤부터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한 정치행사에서 이 문제로 한국계 대학생, 최민우 씨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상황을 먼저 보겠습니다.

[대학생 : 올 여름 트럼프 후보는 한국이 한반도 방위와 관련해 아무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합니다.]

[트럼프 : 한국 사람입니까?]

[대학생 : 아니요, 텍사스에서 태어나 콜로라도에서 자랐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한국은 (매년) 8억6천100만 달러를 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 전체 비용에 비하자면 푼돈이라는 얘기입니다.]

[ 대학생 : 네, 물론 미국도 돈을 내긴 합니다만… 트럼프 :잠깐만요, 잠깐만요. 전체 비용에 비교할 때 푼돈이란 말입니다. 전체 비용과 비교하면 푼돈입니다.]

최민우 씨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1조 원 가까운 액수를 주한미군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습니다.

주둔 규모에 따른 비율로 액수를 환산하면 다른 미군 주둔국들보다 많은 셈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매우 적은 비용을 내고, 미국이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표현하는 트럼프 측의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는 반론이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통적인 견해입니다.

[앵커]
한국과 일본, 독일은 트럼프 진영도 전통적 우방이자 동맹국임을 부인하지는 않는 것 같던데, 왜 동맹들과 마찰까지 감수하면서 이런 정책을 공약화하려는 걸까요?

[기자]
공화당 후보로 지명될 것으로 확신하면서, 이제 당내 경쟁이 아닌 본선을 겨냥한 행보를 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살기 힘든데, 왜 다른 나라들을 도와주느냐 하는 미국민들의 속마음을 들춰내고 공론화해서 자신에 대한 지지표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찰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히 미국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게 트럼프 진영이 유권자들에 내세우는 전반적인 외교전략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경우, 단지 방위비 분담뿐 아니라 기후변화 등 여러 국제 현안에서 금전적 부담 등 미국이 맡고 있던 책임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실제로 미국 대통령이 돼서, 이런 외교전략이 실행될 경우 각국과의 외교 갈등이나 경제적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미국 내 트럼프 반대 진영에서 트럼프의 외교역량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어제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농담이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어제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장에서 있었던 오바마의 뼈있는 농담 한마디, 잠시 들어보겠습니다.

[버락 오바마 / 미국 대통령 : 트럼프가 외교 경험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 그는 세계적인 지도자들을 많이 만나왔습니다. 미스 스웨덴, 미스 아르헨티나, 미스 아제르바이잔…]

트럼프는 특히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도 유지하고 있는데, 조금 전 들어온 외신을 보면, 오늘은 중국이 미국을 성폭행하고 있다는 극단적인 막말까지 써가며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를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입니다.

갖은 막말로 본선 경쟁력은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는데, 공화당 후보로 최종 낙점될 가능성이 커지자 공화당 지지층이 트럼프로 결집하는 양상이 생기면서 힐러리와의 본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로서는 미 대선 결과의 경우의 수에 따라 방위비 문제나 대미 수출 등에 대한 대응책을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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