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들의 '눈물겨운' 첫 참정권

사우디 여성들의 '눈물겨운' 첫 참정권

2015.12.01. 오전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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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너무나 심한 남성 중심의 사회제도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이 요즘 참 귀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매우 제한적이긴 하지만 사우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참여하는 선거 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김기봉 기자입니다.

[기자]
눈만 내놓고 온몸을 가려야만 외출을 할 수 있고, 혼자서는 은행계좌도 만들 수 없는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

운전조차 할 수 없게 돼 있는 억압에 항거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체포된 여성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위텔드, 사우디 여성 운전 금지 철폐 운동가]
"저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면 남자 친척에게 운전을 부탁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아이를 등교시키거나 장을 보는 등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사우디에서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이 출마와 투표를 할 수 있는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2011년 중동에 몰아쳤던 민주화 열풍에 밀려 압둘라 당시 국왕이 발표했던 약속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 (2011년)
"다음 회기(2015년)부터 여성에게도 지방의회 의원에 출마할 권리를 줄 것입니다."

물론 여성 참정권의 수준은 미약합니다.

18세 이상 여성 6백만 명 중 2% 남짓한 13만여 명만 유권자로 등록했고, 여성 입후보자는 전체의 14%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여성후보자는 남성 유권자에게 유세를 할 수 없고, 대변인이나 SNS를 통해서만 선거운동이 가능합니다.

또한 여성 전용 투표소가 4백여 곳에 불과해 운전도 금지돼있는 여성들이 투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파우제아 알 하비, 지방선거 후보자]
"비록 많은 제약이 있지만 갈망해온 참정권의 길이 열린 만큼 나는 여성 후보자의 한 명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참으로 힘겨운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사우디 여성들의 인권이 앞으로 얼마나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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