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돼지와 수업을'...네덜란드 '치유 농장'

'아기 돼지와 수업을'...네덜란드 '치유 농장'

2015.11.29. 오전 04:03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지적 장애나 치매를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는 곳은 흔히 병원이나 요양소로만 알고 있는데요.

네덜란드에는 자연 속에서 사람들을 치유하는 조금 특별한 시설이 있다고 합니다.

네덜란드의 치유 농장으로 장혜경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기자]
출산을 한 어미 돼지가 양돈 농장의 분만소에서 쉬고 있습니다.

그 옆에 태어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돼지 형제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요.

곧이어 농장 주인이 아기 돼지들을 카트에 싣습니다.

어디로 데려 가는 걸까요?

아기 돼지들을 맞이한 10여 명의 사람들.

돼지를 품에 끌어안으면서 미소가 끊이지 않는데요.

양돈 농장에 체험하러 온 사람들 같지만 사실 이들은 특별한 이유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돼지를 끌어안고 체온을 나누는 이 활동은 일종의 '치유 수업'인데요.

수업의 참가자들은 사실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동물과 교감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는 것이죠.

이곳에서는 돼지가 태어나는 과정이나 돼지의 생태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하는데요.

놀라운 점은 수업을 진행하는 농장 직원도 지적 장애인이라는 겁니다.

[티니크, 지적 장애인·치유 농장 직원]
(가장 재미있는 일이 뭐예요?)
"부엌에서 컵 씻을 때 좋아요."
(사람들이랑 재미있게 지낼 때는 언젠가요?)
"여기 방문객이 왔을 때요."

지난 1997년에 문을 연 이곳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먼저 '치유 농장'을 시작한 곳 중 하나인데요.

치유 프로그램이 열릴 때마다 지적 장애인 10여 명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릭, 지적 장애인]
"여기는 정말 좋은 곳이에요. 하늘도 맑고 날씨도 정말 좋네요. 모두에게 이곳을 소개하고 싶어요."

작물을 심고 동물을 키우던 일반 농장들이 경영난에 시달리자 새로운 형태의 '치유 농장'을 고안해냈습니다.

[코 스테일러, 오먼 시청 부시장]
"네덜란드는 많은 농장이 있는 나라입니다. 농민들이 농장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어요. 어떤 농장은 캠핑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을 보살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치유 개념의 농장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치유 농장'은 요양원이나 일반 병원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것이 장점인데요.

지적 장애인의 교육과 고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현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네덜란드식 '치유 농장'이 성공을 거두자 주변 나라들도 이런 농장을 구상하게 됐다고 하네요.

[아느크, 치유 농장 주인]
"현재 덴마크와 벨기에 등에서도 치유 농장이 확장되고 있어요. 치유 농장이라는 개념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먼저 생겨서 다른 나라에서 치유 농장을 배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합니다."

규모가 커진 만큼 정부의 관심도 큰데요.

네덜란드의 농림부와 보건부에서는 치유 농장을 위한 기본 지침을 만들어 지원금을 보태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외에도 농가들이 스스로 조합을 꾸려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정기 모임을 여는 등 자발적인 도움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헤르디, 치유 농장 주인]
"치유농가협동조합 스터디에 나가고 있고요. 오브라이셀주 내의 농가 모임, 정부 지원의 세미나 모임을 통해서 충실하게 운영할 거에요. 치유 농장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해나갈 것입니다."

[코 스테일러, 오먼 시청 부시장]
"처음 시작할 때는 의료 보험에서 지원했습니다. 물론 어떤 형태의 운영 농가인가에 중점을 뒀지요. 이제 시에서 지원을 확장하면서 농장이 질적인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농가를 살리기 위해 시작된 네덜란드 '치유 농장'이 지적 장애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