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7년간 '수수방관'...유해 발굴 해법은?

정부, 7년간 '수수방관'...유해 발굴 해법은?

2015.09.03. 오전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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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복 70주년 특별 기획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아서' 세 번째 순서입니다.

우리 정부는 7년 전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나섰다가 실패한 뒤 사실상 관련 사업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 매장 위치를 증명하는 확실한 근거 자료가 없으면 발굴을 허락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 때문인데요.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지, 전준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지난 2008년 우리 정부는 중국 뤼순 감옥 뒷산에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착수했습니다.

안중근 의사 수감 당시 교도소장의 딸이 소장하고 있던 옛 사진을 근거로 발굴작업에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깨진 그릇 조각만 몇 점 발굴했을 뿐 사람의 유해로 추정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안중근 의사 유해를 찾기 위해 우리 정부가 시도한 처음이자 마지막 발굴 작업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한 학자나 민간단체의 연구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발굴 작업은 지난 2008년 실패 뒤 7년간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국 측이 확실한 근거 자료 없이는 발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지표 투과 레이더를 이용한 탐지 조사라도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은 아직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소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북한과의 관계 때문으로 보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고향이 황해도 해주인 만큼 연고권을 주장하는 북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유해 발굴 작업 때에도 남북이 공동 조사를 추진했고, 발굴 작업도 북한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경근, 국가보훈처 국장 (지난 3월)]
"(중국 측이) 명확하게 얘기하진 않지만, 북한 측의 동의나 공동작업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하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위한 남북 간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내에서 주관 부처 담당자가 수시로 바뀌어 업무의 연속성이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용근, 다롄 근대사연구소 연구원]
"지속적으로 영구적으로 담당 기관이나 팀이 있어야 합니다. 안중근 유해 발굴 담당이 있어야 서류를 공유하고 같이 연구하고…"

최근 한중 관계가 부쩍 가까워지고 남북 간 정례적인 당국 회담도 추진되고 있어 사실상 중단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7년 전 우리 정부가 발굴작업을 했던 곳은 이렇게 아파트 단지로 변했습니다.

뤼순 감옥 주변 다른 지역들도 점차 시가지로 변하고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중국 다롄에서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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