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난민 참사'...쳇바퀴 도는 대책

잇따르는 '난민 참사'...쳇바퀴 도는 대책

2015.08.31. 오후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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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며칠 전 오스트리아에서 난민 71명이 트럭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어제 또 트럭으로 밀입국하려던 난민들이 가까스로 참사를 면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유럽에서는 급증하는 난민 문제에 대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준형 기자!

그동안 난민들이 배를 타고 유럽으로 가려다 익사하는 사고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트럭 짐칸에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떼죽음을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요?

[기자]
살기 위해 나라를 버리고 떠난 난민들이 오히려 비참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어제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넘어가려던 트럭 한 대가 경찰에 적발됐는데요.

짐칸에는 시리아 등에서 온 난민 26명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1살과 5살 어린이 등 3명은 이미 탈진해 중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앞서 지난 27일에는 오스트리아 동부 고속도로 갓길에 버려진 트럭에서 무려 71구의 시신이 발견돼 충격을 줬습니다.

난민들이 공기가 통하지 않는 냉동트럭 짐칸에 타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질식해 숨진 겁니다.

배를 타고 밀입국하던 난민이 떼죽음을 당하는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도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또 전복돼 37명이 사망했고, 지난 26일과 27일에도 난민선 4대가 전복돼 2백여 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올해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 수는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 수준입니다.

지난해 유럽으로 간 난민이 62만 명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독일만 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난민이 급증하면서 올해 유럽으로 가려다 숨진 난민만 2천4백 명에 달합니다.

구조 당국의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스테판 카칭거, 오스트리아 적십자사]
"최근 몇 주간 트럭을 이용한 밀입국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난민들의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았어요. 이런 건 처음 봤습니다."

[앵커]
예전엔 난민 문제가 이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 몇 년 새 왜 이렇게 심각해진 겁니까?

[기자]
중동과 아프리카의 내전과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피란을 떠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난민이 급증한 시리아의 경우 정부군과 반군, 그리고 IS와 알카에다까지 3중, 4중으로 얽혀 복잡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중동 국가도 IS와의 내전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카다피 정권 붕괴 이후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에다 IS까지 세력을 넓히면서 유럽행을 택하는 난민이 급증하고 있고요.

덩달아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예멘 등 다른 분쟁국 난민들도 리비아를 통해 유럽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근 난민이 급증하는 주된 이유는 IS가 세력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리비아 IS 근거지에 대한 적극적인 공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난민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나세르 마스리 이들비, 시리아 난민]
"군 복무를 강요해서 도망쳤습니다. 시리아의 분쟁 세력들은 어느 쪽도 옳지 못합니다. 거기서 싸우고 싶지 않아요."

[부하마드 파에드, 아프간 난민]
"고국에서 살 수가 없습니다. 너무 위험해요. 탈레반과 IS 모두 전쟁만을 원하고 있습니다."

[앵커]
뭔가 해결책이 나와야 할 텐데, 유럽 국가들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까?

[기자]
유럽연합은 다음 달 중순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논의 과정에서 국가 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방안이 이른바 '난민 쿼터제'입니다.

국가별로 인구와 경제력 등에 따라 난민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방법인데, 경제 사정이 안 좋은 스페인과 동유럽 국가들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전쟁과 학대를 겪고 있는 난민이 아니면 강제추방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역시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군사작전을 벌여 아예 난민선을 파괴하는 방법도 제시됐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이러다 보니 마케도니아는 밀입국을 시도하는 난민을 무력으로 제압하기도 했고요.

헝가리처럼 난민 밀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국가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독일 정부는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난민에 반대하는 극우 세력의 시위와 테러 등에 시달리고 겪고 있습니다.

최근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나서 난민 참사가 전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라며 국제사회의 효과적인 대응을 촉구했지만, 유럽 차원의 대책은 아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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