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히로히토 '항복 선언' 디지털 복원

일왕 히로히토 '항복 선언' 디지털 복원

2015.08.02. 오전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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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왕실이 종전 70년을 맞아 종전 당시 히로히토 일왕의 육성 원본을 공개했습니다.

1945년 8월 15일 정오에 방송된 항복 선언인데, 그동안 모호하게 들렸던 부분이 또렷하게 디지털로 복원됐습니다.

신웅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45년 8월 15일 정오에 일왕 히로히토는 라디오를 통해 항복을 선언하고 일본인들은 비통한 심정으로 이 방송을 들어야 했습니다.

[히로히토 일왕, 1945년 8월 15일 방송]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 만세를 위해서 태평을 고하고자 한다."

일본 왕실은 당시 녹음된 레코드판 5장을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공개했습니다.

모두 합치면 4분 반 정도 되는데, 이번에 디지털로 복원해 비교적 또렷하게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히로히토는 종전 전날인 8월 14일 NHK 사람들을 궁으로 불러 군복을 차려입고 2차례에 걸쳐 이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항복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녹음 본을 빼앗으려고 궁으로 난입을 시도했지만 녹음 본은 무사히 NHK로 넘어갔습니다.

이 방송은 '옥음 방송', 즉 일왕의 목소리를 옥소리에 비유한 것인데, 실제로는 알아듣기 힘든 사본으로만 전해져 왔습니다.

방송국 모니터실에서 이를 들었던 토미 콘도 씨에게 그 순간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토미 콘도, 전 NHK 뉴스 캐스터(92살)]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라는 부분을 들을 때면 마음이 움츠러듭니다.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일왕의 음성을 재현한 가치 있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패전'과 '전쟁 책임' 언급이 없는 히로히토의 모호한 항복 선언은 음성만 또렷이 반복될 뿐 그때나 지금이나 진정한 사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YTN 신웅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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