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경기 여성 관전' 무산...살벌한 공방

'남자 경기 여성 관전' 무산...살벌한 공방

2015.06.21. 오전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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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슬람 국가에서는 교육과 여가 활동,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한 제약이 상당히 많은데요.

이란에서는 여성들에게 남자 배구 경기를 보게 하려던 시도가 보수파의 반발로 무산됐는데, 그 과정에서 격한 공방이 오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김종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월드리그 배구 남자부 경기.

이란팀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홈 관중의 환호가 터져 나옵니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 이란팀은 미국팀을 3 대 0으로 물리쳤습니다.

하지만 이란 여성 팬들은 입장권을 손에 쥐고도,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를 즐길 수 없었습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여성이 남자 운동 경기를 관람하는 게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외국인 여성만 별도 좌석에서 관전할 수 있게 최근 허용됐습니다.

[특별 초청 관객, 헝가리]
"우리(외국인 여성)는 경기를 볼 수 있어 좋지만, 함께 보지 못한 이들이 있어 아쉽네요."

여성인 몰라바르디 부통령은 이 경기만큼은 선수 가족과 친척에 한해 여성 500명을 입장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배구협회는 200명에게 입장권을 내줬습니다.

하지만, 이란 보수 종교계와 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관전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보수 단체들은 "여자가 경기장에 들어가면 피를 보게 될 것"이라는 살벌한 전단까지 돌렸습니다.

몰라바르디 부통령은 페이스북에, 여성을 모욕한 이들을 대대로 기억할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이란 배구팬]
"여성이 경기장에 들어오는 걸 막는 이들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문화를 개선하려면 입장을 허용해야죠."

1년 전에는 영국계 이란 여성 변호사가 남자 배구 경기를 보려 했다는 이유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11월에 보석으로 겨우 풀려났습니다.

YTN 김종욱[jw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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