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 역사학자 187명, 아베에 경고 성명

[앵커]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역사학자 187명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합동 연설은 미-일 동맹 격상을 과시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오히려 잇따라 역풍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승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하버드대 에즈라 보겔 교수와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 등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활동 중인 저명한 일본학 전공 역사학자 187명이 언론을 통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아베 일본 총리에게도 전달된 성명에서, 전후 일본에서 민주주의적 성과도 있었지만 역사 해석 문제는 성과를 축하하는 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당시 기록이 파기됐을 수는 있지만 역사학자들은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증명하는 수많은 자료를 발굴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일부 역사가들이 일본군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에 대해 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하지만 수많은 여성이 야만적 행위의 제물이 됐다는 증거는 분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학자들은 특히, 피해자 증언에 의문을 제기하려고 용어 사용 문제나 법률적 논쟁을 벌이는 일은 피해자가 당한 야만적 행위라는 본질적 문제와 피해자들을 착취한 비인도적인 제도라는 더 큰 맥락을 모두 놓치는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집단 성명을 주도한 미국 코네티컷대학의 알렉시스 더든 교수는 이번 성명은 아베 정권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고 역사 왜곡이나 정치 쟁점화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호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아베 총리가 지난주 미국 의회 합동 연설에서 역사학자들이 기대하는 발언을 내놓을지 주시했지만 오히려 과거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는 데 급급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성명에는 학계에서 명성과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미국 학계는 물론 국제 학계와 미국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9일 미-일 동맹 격상을 과시하면서 과거사를 외면했던 아베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은 미국 국회의원들의 비판 성명에 이어 다시 한 번 심각한 역풍을 맞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YTN 이승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