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아베 방미 파격 예우...미국의 속내는?

[뉴스통]아베 방미 파격 예우...미국의 속내는?

2015.04.27. 오후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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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아시아 정책의 중심이다', 아베 일본 총리의 방문을 앞두고 미국 백악관이 이같이 밝혔습니다.

아베 총리의 방문으로 더욱 긴밀해질 미·일 동맹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건데요.

그래서인지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에는 미국 정부의 특급 대우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아베 총리의 방문은 '공식방문' 형태지만 국빈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어제부터 본격 시작된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은 총 8일입니다.

대부분 외국 정상들의 체류 기간인 4-5일에 비하면 훨씬 긴 편입니다.

아베 총리 부부는 도착한 당일부터 이례적인 대우를 받았습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의 고향인 보스턴 자택에서 저녁 만찬을 가졌는데요.

수도인 워싱턴DC가 아닌 고향 집에서 회동한 것은 개인적인 친분을 나누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이틀 뒤 열리는 백악관 환영행사에도 의전은 최고 수준으로 준비됩니다.

아베 총리 부부는 오바마 대통령 내외와 함께 백악관 공식 만찬 행사에 참석하게 되는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 백악관에서 공식 만찬을 가지는 것은 2009년 취임 이후 이번이 8번째입니다.

이번 만찬에는 특별히 미셸 오바마 여사가 디자인에 참여한 오바마 행정부 공식 식기가 처음으로 사용될 예정인데요.

지난 달 홀로 일본을 찾았던 미셸 오바마 여사가 일본에서 받았던 국빈급 예우에 화답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롭게 격상할 미일관계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29일 열리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입니다.

아베 총리가 이 자리에서 연설을 하는 것은 일본 현직 총리 사상 최초입니다.

방미 일정 중 핵심이 될 이번 연설은 외조부이자 자신의 '정치 멘토'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1957년 미국 하원 연설과 맥을 같이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는 1957년 미 하원 연설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일본의 책임은 분명히 하지 않는 대신, 종전 후 미국으로부터 받은 도움을 언급하며 '미일관계 신시대의 문'이 열릴 것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번 방문으로 새로운 미일관계를 꾀하는 아베 역시, 외조부의 역사관을 따라 과거의 책임보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언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사에 대해서는 지난 22일 반둥 회의 연설처럼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언급하는 데 그치는 대신, 미국의 최대 고민인 중국의 급부상에 맞서 향 후 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을 강조하며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를 제시하는 데 주력할 거라는 추론도 가능합니다.

[인터뷰:스티브 이스라엘,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이번 연설은 일본 전쟁 시기 역사를 다뤄야 합니다. 이번 연설은 수천 명의 여성을 강제로 성노예나 위안부로 학대한 만행에 대해 솔직하게 다뤄야 합니다."

미국 내에서는 주요 언론과 하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아베 총리의 사죄 촉구 요구가 강한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막판 협상을 앞두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위해서라도 미국이 이번 기회에 실리를 챙길 거라는 예상이 높습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력을 확대해 미국의 대리인을 만들고, 중국이 주도하는 AIIB에 맞서 미국 주도의 경제권을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미일동맹의 질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자칫 지정학적 안보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자세한 소식, 김주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의 안보역량을 강화한다는게 핵심 내용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전략이 미일동맹의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항상 자국의 이익에 우선하는 전략적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인터뷰:정한범, 국방대 안보정책학과 교수]
"일본은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적극 호응한 반면 한국은 모호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이 미국으로 하여금 미일동맹을 한미동맹보다 우선 순위로 놓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18년 만에 개정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통해 지리적 한계를 넘어 우주분야에까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는 군사관련 우주 정보를 주일미군과 공유하고 있고,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5월부터 오카야마 현에 배치한 레이더와 광학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미 전략사령부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일동맹 강화를 위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과하지 않는 부분, 이른바 아베망각증(Abenesia)도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상징하듯 미국은 수년 째 미일동맹이 아태지역에서의 전략적 '주춧돌'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미동맹은 아태지역의 '중심축'이라고 규정했던 지난 2013년과는 달리 올해는 한미동맹을 '오래된 친구'라고 그 비중을 낮추었습니다.

때문에 자칫 한미동맹이 후순위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의 사죄만을 촉구하는 단선적 시각에서 벗어나 과거사 청산 노력은 진행하되, 별도로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를 서둘러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YTN 김주환[kim21@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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