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외조부 美 의회 연설 '공부'...'물타기' 반복?

아베, 외조부 美 의회 연설 '공부'...'물타기' 반복?

2015.04.25. 오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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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9일 미국 의회 합동 연설을 앞두고, 58년 전 총리였던 외할아버지의 미국 의회 연설 내용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외조부 연설을 따라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식민 지배와 위안부 등 침략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는 기대하기 더욱 어렵습니다.

김종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베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이자, 아베 스스로 '정신적 지주'로 삼는 기시 노부스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용의자에서 '기사회생'해 총리에 오른 기시는 냉전 시기인 1957년 6월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연설합니다.

기시는 먼저, "종전 후 경제 혼란 회복을 미국이 도와줘 감사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어, "일본은 특히 국제 공산주의의 도전을 받고 있는 아시아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침략사는 끝내 사죄하지 않은 채, 감사 표시로 미국을 치켜세우고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반공 진영 강화에 일본이 맡을 역할을 앞세운 것입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가 기시 전 총리의 연설을 참고해 원고를 다듬고 연설 음성 기록을 집무실에서 듣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종전 10여 년 밖에 안 된 시기에 '미래지향적' 미-일 관계를 내세운 외조부 연설에 감화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아베 총리가 외조부의 연설을 모방한다면, 미국의 최대 고민거리인 중국의 세력 확장과 전세계 테러리즘에 맞설 동맹 중요성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과거사 문제는, 지난 22일 반둥회의 연설처럼 '2차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으로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과거사 물타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경고음도 잇따라 울리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의회 조사국은 새로 정리한 보고서에서, "아베 총리의 언동이 지역의 관계를 어지럽히고 미국의 국익을 해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전후 70년 역사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김종욱[jwkim@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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