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통] "여객기 사고, 우울증 앓은 부기장이 의도적 추락"

[뉴스통] "여객기 사고, 우울증 앓은 부기장이 의도적 추락"

2015.03.27. 오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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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브리스 로뱅, 프랑스 검사]
"승객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사고 직전까지 몰랐던 것 같아요. 블랙박스 음성기록장치를 들어보면 승객들은 비행기가 산에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야 비명을 질렀거든요."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여객기 추락 사고.

오전 10시 45분, 3만8천 피트 상공에서 8분 동안 6천 피트 상공으로 떨어질 때까지 승객들은 아무런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시속 700㎞의 속도로 알프스 산맥에 충돌하기 바로 직전에야 승객들은 비명을 질렀다고 하는데요.

이 8분 동안 조종실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인터뷰:브리스 로뱅, 프랑스 검사]
"현재까지 가장 그럴듯하고 현실적인 해석은 부기장이 자발적으로 조종실 문을 기장에게 열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부기장은 비행기 하강 버튼을 눌렀습니다."

프랑스 검찰은 독일 여객기 추락이 부기장이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장이 화장실에 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혼자 남은 부기장 루비츠가 고의적으로 하강 버튼을 눌렀다는 겁니다.

기장이 문을 부술 듯이 정신없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부기장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충돌 때까지 부기장의 숨소리는 정상이었고, 어떤 공포의 징후도 없었습니다.

만약 부기장이 의식을 잃어 쓰러졌대도 버튼은 1/4 정도만 눌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수나 사고가 아니라 명백히 의도적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장은 왜 조종실로 들어가지 못했던 걸까요?

[인터뷰:존 핸스먼, 항공 분석가]
"조종실 문은 세 단계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우선 그냥 잠기지 않은 채 열려 있을 수 있고요, 보통은 문을 닫으면 저절로 잠겨서 밖에서 비밀번호로 열게 돼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밖에서 비밀번호를 눌러도 열지 못하도록 안에서 강제로 잠그는 방법이 있죠. 부기장이 그 상황에서 추락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죠. 그 누가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막을 수 없을 테니까요."

기장이 비밀번호를 눌렀더라도 부기장이 조종실 안에서 의도적으로 열지 못하게 막았다는 건데요.

조종실 안에서 잠그면 그 누구라도 밖에서 열 수 없도록 보안이 강화된 건 지난 2001년 미국에서 있었던 911테러 이후입니다.

하지만 부기장은 현재까지 그 어떤 테러와도 연계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밝혔습니다.

[인터뷰:노만 솅크스, 항공 보안 전문가]
"조종실 문이 강제로 잠기고, 더 튼튼해진 것은 911테러 이후 나온 후속조치였어요. 비행기 납치범처럼 조종실에 들어갈 권한이 없는 사람이 들어가서 비행기를 차지하고 대량살상하는 걸 막기 위해서죠."

그 누구도 테러리스트가 아닌 비행기 조종사가 이런 끔찍한 일을 벌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건데요.

그만큼 충격은 더 컸습니다.

[인터뷰:카린 타이손, 한테른 암 제 주민]
"충격받았어요. 눈물만 납니다. 솔직히 말해서 많은 말을 할 수가 없어요. 너무 가슴이 아파요. 불가피한 사고가 아니라는 느낌은 있었어요. 눈물이 나서 더는 말할 수가 없네요."

[인터뷰:아가테 코흐, 한테른 암 제 주민]
"정말 끔찍합니다. 두 아이가 죽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끔찍한데 제가 무슨 말을 더 하겠어요."

[인터뷰:양 링 치우, 한테른 암 제 주민]
"부조종사가 미친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이끌다니요."

이런 가운데 부기장이 6년 전 우울증을 앓아 조종사 훈련을 중단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항공사 측은 루비츠가 지난 2009년 수개월간 훈련을 중단했다 복귀했지만 기술적, 정신적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비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터뷰:카르스텐 슈포어, 루프트한자 CEO]
"6년 전에 루비츠 부기장이 훈련을 중단하고 긴 휴식을 취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비행 자격요건이 다시 한 번 확인된 뒤 루비츠는 훈련을 이어 나갔습니다. 게다가 루비츠는 모든 의료와 비행 관련 검사를 통과해 아무 제한 없이 비행에 100% 적합한 상태였습니다."

독일 서부 몬타바우어 출신인 루비츠는, 어렸을 때부터 조종사를 꿈꿨고 정식으로 조종간을 잡은 지 1년 반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요.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를 평범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기억했습니다.

[인터뷰:페터 뤼커, 몬타바우어에서 루비츠와 같은 글라이더 클럽에 다님]
"안드레아스 루비츠는 굉장히 좋은 젊은이였죠. 같은 클럽 멤버였고, 여기서 훈련을 받았죠. 가끔 조용하긴 했을지 몰라도 유쾌한 사람이었어요. 여기 있는 다른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었죠. 여기에서 사람들이랑 잘 어울렸고, 여기 있는 걸 재미있어했어요."

[인터뷰:외그르 캄프라인, 글라이더 클럽 멤버]
"제가 봤을 땐 루비츠는 굉장히 평범한 젊은이였어요. 지극히 평범한 조종사였죠. 전혀 특이한 점이 없었어요. 제가 아는 한 그 어떤 사건·사고도 없었고요."

루비츠의 가족 또한 화목했다고 이웃들은 전했습니다.

루비츠를 알았던 사람은 모두 그가 고의로 비행기를 추락시켰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부기장 루비츠 부모의 이웃]
"굉장히 좋은 가족이었어요. 가족끼리 화목했고 이웃들과도 잘 어울렸어요. 훌륭한 가족이죠. 루비츠가 그런 일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걸 상상하기가 힘드네요. 제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의 모습과 맞지 않아요."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조종사가 고의로 항공기를 추락시킨 사례는 8건입니다.

지난 2013년 모잠비크 항공 여객기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추락해 탑승객 33명 전원이 사망했는데요.

블랙박스 조사 결과, 동료 조종사가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기장이 안에서 조종석 문을 잠근 후 여객기를 급강하시켜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1999년 미국 동부 대서양 상공을 비행하다 추락해 217명이 사망한 이집트 항공 여객기도 조종실에 혼자 있던 부조종사가 자동항법장치를 끄고 의도적으로 추락한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인터뷰:하랄드 슈토커, 항공 전문가]
"이번 사건으로 항공 산업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지난 2001년 9.11테러 때도 그랬죠. 다들 그전까지는 테러리스트가 비행기를 납치하더라도 본인은 살고 싶어 할 줄 알았어요. 9.11 테러 이후에야 비행기를 빌딩에 들이받고 자살할 테러리스트가 있다는 걸 깨달았죠. 여태껏 우리는 조종사가 자살할 의도가 없고 책임감 있게 비행할 것으로 믿었는데 조종사가 150명을 데리고 자살할 수 있다는 걸 이제 깨달은 거죠."

깜짝 놀란 각국 항공사들은 부랴부랴 조종실 규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국 최대 저가항공사 이지젯을 비롯해 독일의 에어 베를린,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리트 항공은 비행하는 동안 조종석에 2명이 있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발표했고요, 캐나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자국의 모든 항공사에 이 규정 도입을 의무화하도록 긴급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인터뷰:라이사 레이트, 캐나다 교통부 장관]
"현재는 조종실에 항상 두 명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데요.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면 조종실에 두 명이 상주해야 합니다."

9.11테러를 겪은 미국은 조종사가 부득이하게 자리를 비울 경우 다른 승무원 한 명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어야 하는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독일 여객기에도 시행됐다면 이런 참사는 없었을 텐데요.

이제라도 전 세계 항공사들이 규정을 잘 보완하고, 더불어 조종사의 정신 건강도 더욱 꼼꼼히 챙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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