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90초] 가장 잔인한 한 해

[감성90초] 가장 잔인한 한 해

2014.12.27. 오전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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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어린이들에게 가장 잔인한 한 해였다' 유엔 산하기구 유니세프(UNICEF)가 한 말입니다.

2014년 한 해에만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시리아, 남수단,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이 한가운데에서 고통받는 어린이가 무려 천 오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유니세프는 집계했습니다.

학교가는 길에,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서 자다가 분쟁에 휘말려 목숨을 잃는 어린이의 숫자도 각국에서 수백 명에 이르렀습니다.

분쟁으로 집을 떠나 길에서 생활하고 있는 '어린이 난민'은 2천 3백만 명으로 전체 난민의 절반을 넘은 것으로 유엔 난민기구(UNHCR)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을 휩쓴 에볼라 바이러스는 내전이 할퀴고 간 지역에서 어린이들을 '에볼라 고아'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러 인도주의 단체들과 기구들이 이들을 돕기 위해 애썼지만, 국제사회는 어린이들의 고통에 곧 무감각해졌습니다.

이들 지역의 분쟁이 정치적인 이유에 기인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발발한 재난에 사람들은 기부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일례로 영국 구호 단체의 자료를 볼까요.

인도양 쓰나미 당시 모인 기금은 희생자 숫자를 기준으로 1인당 1,400 파운드, 아이티 지진때는 1인당 669 파운드가 모였습니다.

4년째인 시리아 사태 기금은 1인당 270파운드가 모이는 데 그쳤습니다.

모금 당시 각국의 경제상황 등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자연재해에 비해 정치적인 분쟁에 사람들이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쓰나미나 지진이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인 반면, 정치적 재난은 누군가의 책임(특히 해당 국가의)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중요한 건 재앙의 이유가 무엇이건 사회의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받는 고통은 똑같다는 점입니다.

시리아 사태 기금이 부족한 까닭에 올해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시리아 난민캠프에 지급하던 식량구매쿠폰 지급을 8일 동안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금 모금 현황에서 보듯, 전세계 고통받는 어린이들은 올 한해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 국장은 어른들의 잔인한 분쟁으로 목숨을 잃는 시리아 어린이들의 참상을 전하면서 이렇게 일갈했습니다.

국제사회는 방대한 희생자 숫자와, 지역적인 범위와, 정치적인 교착 상태에 대해 무감각해졌습니다.

'인류에게는 어린이에게 최선을 다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유엔아동권리선언'에 나오는 말입니다.

2014년, 국제사회는 어린이에 대한 의무를 잠시 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 우리가 이 의무를 잊지 않는다면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도 희망이 올까요?

YTN 김수진[suekim@ytn.co.kr]
YTN 이상엽[sylee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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