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안하면 청사 점거"...중국 정부 거부 입장

"사임 안하면 청사 점거"...중국 정부 거부 입장

2014.10.02. 오전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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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중국이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도심점거 시위가 닷새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은 현 행정장관이 사임하지 않으면 시위대가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선언해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사실상 학생들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홍콩에 가 있는 신호 특파원 연결합니다. 신호 기자!

도심 점거 이제 닷새째인데 시위 현장 분위기 어떻습니까?

[기자]

홍콩 정부 청사 앞 도로에서 밤을 지샌 시민들이 닷새째 시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젯밤에 발디딜 틈 없이 붐볐던 10차선 도로가 지금은 많이 한산해졌습니다.

홍콩 시민들은 닷새째 이런 방식의 시위를 해오고 있습니다.

새벽에는 시위대 규모가 많이 줄었다가 저녁이 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수만 명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특히 오늘은 시위 주도 세력인 학생들이 렁춘잉 행정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정부 청사를 점거하겠다고 한 날이라 긴장감이 어제보다 훨씬 큽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학생들이 어제 시위에서 행정장관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하나요?

[기자]

어제 연휴 첫날 집회에서 학생 지도부는 렁춘잉 현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그 시한은 오늘까지로 못박았습니다.

사임하지 않으면 홍콩 정부 청사도 점거해버리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시위대가 렁 장관 사퇴를 요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시위 지도부 안에 있는 교수그룹에서는 전에도 렁 장관의 사임을 현실적인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시위의 주도 세력인 학생들은 렁 장관 사퇴 보다는 2017년 행정장관 선거안 개정만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학생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렁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상 이번 시위와 관련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장관 사퇴로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학생 지도부는 렁 장관을 끌어 내리고 중국 정부와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여기에 대한 중국 정부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1면 머릿기사를 통해 학생들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인민일보는 오늘자 신문에서 중국 정부는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을 충분히 신뢰하며 업무 처리 역시 매우 만족스럽게 여긴다고 전했습니다.

또 "불법활동에 대한 홍콩특구 경찰의 법에 따른 처리를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지난 8월에 결정한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방식에 대해서도 "도전할 수 없는 법률적 지위를 지닌다"고 못박아서 시위대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오늘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것 아닌가요?

[기자]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만한 신호는 없어 보입니다.

어제 시위를 주도하는 학생 지도부가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했고 그 이후 중국 당국과 얘기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바로 이튿날 중국 정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 겁니다.

이대로 오늘 하루가 지나고 학생들이 정부 청사 진입을 시도할 경우 경찰은 지난 일요일처럼 최루탄 등을 사용한 무력 진압에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두번째 충돌이 발생하면 경찰도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고 피해는 훨씬 심각해 수 있습니다.

25년 전 톈안먼사태가도 홍콩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홍콩이나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국제사회의 비난과 경제적 타격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클 것이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의 대규모 집회가 이번 시위의 가장 결정적인 고비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홍콩에서 YTN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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