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재해지 빈집털이" 日서 유언비어 확산

"한국인이 재해지 빈집털이" 日서 유언비어 확산

2014.09.02. 오후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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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8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일본 히로시마 산사태 피해 지역에서 최근 빈집털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일 한국인들이 빈집을 털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최명신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달 기록적인 폭우에 의한 산사태로 8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히로시마시.

재해 현장에서는 아직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이 한창입니다.

2차 붕괴위험으로 주민 천여 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피난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빈집털이가 잇따라 발생해 시 당국이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그러자 트위터 등 SNS에서 한국인을 표적으로 한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재해현장 털기는 한국인의 특기다', '3년 전 동일본대지진 때도 한국인이 빈집을 털었다', '한국인들의 비열한 범죄를 용서하지 마라'는 글 등 빈집털이범으로 한국인을 단정 짓는 내용입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런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히로시마에 사는 재일한국인 8천 명 가량이 누명에 시달리고 있는 겁니다.

관동대지진을 연구해 온 일본의 시민단체는 이 같은 현상이 91년 상황을 연상케 한다고 우려합니다.

관동대지진 당시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뿌렸다'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무고한 한국인 6천여 명이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인터뷰:니시자키 마사오, 관동대지진 진상 규명 활동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재일 한국인 여성들이 있는데요, 또다시 관동대지진 당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핑계로 혐한 시위와 인종차별 발언을 방치하는 사이 자연재해마저 한국인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는 풍조가 확산되는 건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최명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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