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달러 숨겨라"...터키 총리 부패 들통

"10억 달러 숨겨라"...터키 총리 부패 들통

2014.02.27. 오후 1:0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터키에서는 총리 퇴진 시위가 격화되고 있습니다.

총리가 아들에게 비자금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는 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됐기 때문인데요.

집에 숨겨놓은 돈이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제부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홍선기 기자!

터키 총리의 부패 혐의가 담긴 음성 파일이 공개됐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기자]

지난 24일 유튜브에는 음성파일 하나가 공개됐습니다.

'대도둑 에르도안의 비리 녹음'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파일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지난해 12월 17일에 아들과 통화한 내용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음성파일을 들어보면 에르도안 터키 총리로 지목된 목소리가 아들에게 '집에 있는 돈을 모두 옮기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에르도안 총리는 아들과 함께 구체적으로 돈을 어디에 어떻게 옮길지를 상의하고, 또 지시하는데요.

대화 내용 일부를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유튜브 공개 음성파일]
(에르도안 터키 총리)
"알겠냐? 너희 집에 있는 돈을 모두 다 빼라."
(에르도안 총리 아들)
"제 돈이요? 금고에는 전부 아버지 돈 뿐이에요."

[앵커]

그런데 이 대화에서 등장하는 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군요?

[기자]

이 음성파일은 약 11분 분량인데요.

통화하는 동안 여러 차례 다양한 액수의 돈이 등장합니다.

에르도안 총리가 아들의 집에 숨겨놓은 돈을 액수별로 어디에 어떻게 옮길지 지시하는 건데요.

네번에 걸쳐 이뤄진 통화 내용에서 등장한 돈을 모두 합치면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1조 7백억 원이나 됩니다.

그러나 아들 집 어디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돈을 숨겼는지는 통화 내용만으로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이 정도 부패 혐의면 국민들의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은데요.

터키 여론은 어떻습니까?

[기자]

유튜브에 음성파일이 공개되자 터키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이 음성파일은 공개 이틀만에 4백만 건이 넘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는데요.

이를 접한 터키 정치권과 시민들은 즉각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야당은 에르도안 총리에게 얼마전 도피한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빗대서 '헬기를 타고 도망치든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성난 시민들도 연일 거리로 나와 총리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앵커]

에르도안 총리 측 반응도 나왔을텐데요.

어떤 입장인가요?

[기자]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일단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음성파일이 조작됐다는 겁니다.

에르도안 총리는 "총리를 겨냥한 용납할 수 없는 반역적 공격"이라고 주장했는데요.

그러나, 야권이나 여론은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총리 퇴진 시위는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데요.

터키 경찰은 물대포나 최루탄까지 동원해서 시위 진압에 나섰지만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이 느꼈을 배신감을 감안하면 성난 민심을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국제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