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재판...이슬람권 술렁

'눈에는 눈' 재판...이슬람권 술렁

2009.02.20. 오후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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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결혼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사귀던 남자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두 눈을 잃게 된 이란의 한 여대생이 '눈에는 눈' 재판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똑같은 고통을 줄 수 있게 된 셈인데요, 여성을 학대하는 일부 이슬람권 문화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김기봉 기자입니다.

[리포트]

크고 아름다운 갈색의 눈으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왔던 이란 여인 아메네.

그러나 지난 2004년 11월 어느날 이후 그녀의 얼굴은 흉물스럽게 변했습니다.

두 눈은 시력을 거의 잃었습니다.

대학에서 알게된 한 남자가 단지 결혼 요구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얼굴에 염산을 뿌렸기 때문입니다.

불에 탄 것 같이 심하게 훼손된 아메네의 옷은 당시 상황의 참혹함을 말해줍니다.

[인터뷰:아메네, 피해자]
"난 그냥 내 얼굴이 타고 있어요. 타고 있어요, 라고 소리쳤고 다행히 누군가 나를 도와줬어요."

하루 아침에 인생이 바뀐 아메네가 선택한 것은 이른바 '눈에는 눈' 재판.

이란법에 따라 돈으로 배상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여성에게 함부로 자행되는 또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남성 위주의 이란 사회이기에 인터넷에서는 오히려 아메네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4년의 기다림 끝에 법원은 아메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난해 말 1심에서 가해자의 양쪽 눈에 모두 열 방울의 염산을 떨어뜨려라는 판결이 나왔고 이 달에 항소심도 1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인터뷰:아메네, 피해자]
"나는 복수심 때문에 그런 처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슬람 문화에서 이른바 '명예'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자행되는 무자비한 폭력.

온 몸으로 저항한 아메네의 법정 투쟁이 이슬람 사회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YTN 김기봉[kgb@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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