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교수가 본 '이수역 폭행 사건'

이수정 교수가 본 '이수역 폭행 사건'

2018.11.17. 오후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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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함형건 앵커
■ 전화인터뷰 :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앵커]
사실관계와는 달리 이번 이수역 폭행사건을 보면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단면을 보여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좀 더 자세히 논의해 봐야 될 사항들이 많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세요?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경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는 여성이 피해자, 남성이 가해자라고 알려졌었는데 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건가요?

[인터뷰]
일반적으로 전형적인 사건들, 폭행의 피해자는 방어능력이 약한 여성들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상태에서 아마도 피해자 여성이 청와대 게시판에 본인들이 상해를 받았던 장면, 사진도 찍어서 올리고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SNS를 통해서 퍼지면서 여자의 심각한 상해에 대해서 알려지다 보니까 결국에는 또 이런 사건이냐 하고서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습니다.

[앵커]
이 사건 발생 뒤에 여성 측의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사건에 대해서 쓴 글이 청와대 청원에 올라왔는데 정말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독 이 청원 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가 뭘까요?

[인터뷰]
아무래도 여성이 폭력 피해를 당해서 사망하는 사건이 최근에 여러 건 일어나다 보니까 아마도 그러한 사건들의 연장선상에서 이 사건을 이해했던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이 1차적으로 들고요.

그리고 그것 말고도 지금 이 사건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또 다른 사회적 현상 중의 하나는 지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남혐, 여혐 대결 구도. 이게 결국에는 또 이 사건과 연루가 되면서 남성들이 게시글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만, 어쨌든 폭행을 당한 이유가 남자들의 여혐 현상의 연장선상에서 본인들이 피해를 당했노라고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니까 안 그래도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남혐, 여혐 대결구도에서 지금 이 사건을 조명하면서 그렇게 논쟁을 이어가던 사람들이 모두 청원을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이렇게 볼 수가 있는 거죠.

[앵커]
이성 간에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 이런 대립 구도가 만들어진 건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다시 한 번 얘기하고요.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또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수많은 사람이 공분을 한 셈인데 이렇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마구 퍼지는 현상이 요즘 여러 가지 사회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인터뷰]
어차피 온라인은 무슨 경찰의 치안력이 적용되는 공간이 아니거든요. 일종의 사이버 공간의 특성일 수 있습니다. 검증을 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다는 것. 그러다 보니까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내용이면 그것이 비록 정확한 사실이 아니더라도 여러 SNS를 통해서 퍼져나가면서 파장을 일으킨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이번 사건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 보니까 지금 일방적인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이러한 모양새로 결국에는 논쟁이 확대, 재생산됐다 이렇게 볼 수 있겠죠.

[앵커]
이번 사건을 보면 아까도 말씀하셨습니다마는 여성과 남성이 상대방 이성에 대한 혐오감을 계속 인터넷에 표출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혐, 남혐이라는 용어도 우리 사회에서 등장한 지 오래됐고요. 이런 이성에 대한 혐오 현상, 좀 깊숙이 우리가 들여다보면 그 뿌리가 어디 있다고 보시는지요?

[인터뷰]
어떻게 보면 지금 이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주장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가부장제라는 게 존재하고 그런 질서에 의해서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해 왔다, 이런 생각들이 존재하는 거죠, 실제로 잠재적으로라도.

그러다 보니까 여성을 성적인 상품화를 하고 비하하고 이런 종류의 의사소통을 주로 하는 사이버 공간 상의 사이트에 맞서기 위해서 또 젊은 여성들은 그들대로 또 남혐을 주제로 하는 사이트를 개설해서 운영을 하고 그러다 보니까 그 사용자들, 그 SNS의 사용자들끼리 서로 간에 대결구도가 존재하는 거고 이런 사회적인 갈등의 요소가 상당히 심화가 그 사이에 되어 왔고요.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지금 이 사건이 조명을 받다 보니까 지금 이렇게까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호응을 했던 것이라고 보입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셨다시피 사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오랜 세월 동안 차별받았던 측면이 있었고요. 그런 부분을 양성평등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시정해 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마는 이러한 이번과 같은 논쟁을 보면 굉장히 소모적인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대립 구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이성 혐오 현상,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가 느낄 때는 이 사건과 연계된 논쟁하고 지금 남혐, 여혐 현상을 뒤섞어서 생각을 하면 결과적으로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가 지금 그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지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일단 이 둘을 연결해서 뒤죽박죽으로 모두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입니다. 그러니까 설득력이 있는 주장에 대하여서는 충분히 생각을 할 만한 깊이 있는 숙고가 필요한 대목이 틀림없이 존재하고요.

그리고는 이 사건은 경찰의 조속한 수사 아래 사실관계가 빠른 속도로 분명하게 밝혀져야 되는 그런 측면이 틀림없이 존재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해 사건으로 쌍방폭력이라고 지금 경찰은 양쪽을 모두 입건하기는 했으나 한쪽은 심각한 상해를 입은 것은 틀림이 없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빨리 분명하게 잘잘못을 가려서 이 사건은 해결을 해야 될 거고요.

그 사건과 연루된 여혐, 남혐 논쟁은 그것대로 따로 양성평등적 이슈 기준에서 사실은 여러 가지로 지금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대목이 틀림없이 존재하거든요. 그러니까 무조건 대결 구도가 나쁘다, 이런 식으로 몰아붙여서 논쟁조차 못하게 만드는 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사실은 사실대로 저희가 따져보고 그와 별도로 지금 불고 있는 여러 가지 논쟁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좀 더 차분하게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런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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