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그룹의 수상한 '저유소' 거래...공정위 조사 착수

단독 SK그룹의 수상한 '저유소' 거래...공정위 조사 착수

2018.10.22. 오후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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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이 오늘 단독 보도한 내용이죠.

고양 저유소 화재로 주목을 받은 대한송유관공사는 SK그룹의 계열사인데요.

그런데 최근 SK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수백억 원대의 저유시설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내부거래가 부당 거래일 가능성이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내용 취재한 최민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그동안 YTN 기획이슈팀이 고양 저유소 폭발 사고를 계기로 대한송유관공사의 부실 관리 실태를 추적해왔지 않습니까.

이번엔 내부거래에서 의혹이 발견된 거군요.

[기자]
먼저 보도 내용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대한송유관공사의 소유 구조에 대해 잠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송유관공사는 이름만 공사로, 지난 2000년대 민영화되면서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습니다.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현재 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송유관공사가 지난해와 올해 2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로부터 저유시설을 집중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확인했는데요.

공시된 규모만 6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송유관공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460억가량이었으니까, 한 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저유소 사는 데 쏟아부은 셈입니다.

[앵커]
1년 안팎에 600억 원가량을 쓴 셈 아닙니까. 갑자기 이렇게 저유소를 산 배경이 궁금해지는데요.

[기자]
공식적인 매수 이유는 전국망 구축이었습니다.

전국의 5개소, 53기 저유탱크를 매수했는데요.

그전까지 송유관공사가 소유한 저유소가 전국적으로 4개소였으니까, 상당한 규모의 거래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유소를 전부 SK그룹 간 계열사 내부거래로만 사들인 점이 석연치 않은데요.

그런데 매수 시점은 더 미묘합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해 사업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이른바 '딥체인지' 프로젝트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인데요.

자산을 팔려는 시점에 때마침 계열사인 송유관공사가 사겠다고 나서준 셈이니 참 시기가 절묘하다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SK그룹이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송유관공사에 처분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앵커]
공교롭다고만 하기에는 충분히 미심쩍은 게 사실이군요. 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공정위도 이 부분을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확인 결과, 이와 같은 내부거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바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둘 간의 거래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인데요.

한쪽 계열사에 이득을 몰아주기 위해 내부거래를 이용했다면 이는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매각 대상인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이지만, 송유관공사에 대한 지분은 41%에 그칩니다.

그러니까 SK에너지가 어떻게든 이득을 보면 SK그룹에 돌아가는 이득이 더 커지는 구조인데요.

이 같은 거래를 살펴본 전문가의 의견 잠깐 들어보시죠.

[박상인 /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를 사업 부분 중에서 그다지 사업성이 높지 않은 자산을 41% 지분을 가진 계열사에 매각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래 조건이 41% 계열사에 불리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는 상황이고요.]

그랬는데 실제로 SK에너지가 송유관공사와의 지난해 저유소 거래로만 47억 원의 이익을 봤다고 보고했습니다.

올해 거래까지 따지면 SK그룹의 이익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는 거죠.

이에 따라 공정위는 거래 가격과 목적에 적정성이 있는지 여러 의혹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저희가 계속 추적보도를 했지만, 송유관공사의 안전 관리 실태가 매우 허술하지 않았습니까.

SK그룹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SK그룹이 안전을 내팽개쳤다는 거센 질타가 이어졌는데요.

당시 국정감사 분위기 잠시 보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권미혁 / 더불어민주당 의원(지난 19일 국정감사) : 국가기관 시설로 여기가 지정됐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전 관리 시스템이 허술했는데요. 18분 동안 화재를 아무도 몰랐었죠?]

[최준성 / 대한송유관공사 사장(SK이노베이션 前 재무실장) : 네, 그렇습니다.]

[이진복 / 자유한국당 의원(지난 19일 국정감사) : (SK가 송유관공사를) 인수하고 나서 이렇게 관리를 안 할 거 같으면 정말 큰 국가에 폐를 끼치는 거예요. 안전관리 검사 나갔던 모든 직원 조사들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하는 사건이고 SK도 이 부분에서 책임지고 조사받아야 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저유소 관리 실태는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더 참담했습니다.

앞서 저희 팀에서 보도했던 대로 고양 저유탱크의 인화방지망은 찢기고 뜯겨 이미 불을 막는 제 기능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또 화재 경고 시스템도 없던 데다 화재를 차단할 방재 설비까지 뭐 하나 제대로 변변히 작동한 게 없었던 건 이미 드러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대한송유관공사는 심지어 탱크를 대거 인수한 지난해에도 안전유지비를 대거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관리할 시설이 대폭 늘었는데 되려 돈은 더 줄어든 겁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송유관공사가 SK와의 무리한 자산 거래 때문에 안전비용을 줄인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일고 있습니다.

반면 SK그룹은 매년 배당금만 수십억씩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SK그룹이 사고 전엔 송유관공사를 통해 이득을 봐놓고, 막상 사고가 터지자 모른 척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날아온 풍등 하나에 저유소가 터진 초유의 사고.

정말 파면 팔수록 인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사고입니다.

지금까지 기획이슈팀에서 YTN 최민기[choimk@ytn.co.kr] 기자였습니다.

앞으로도 취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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