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쌈짓돈 '적립식 보험금'...감시는 허술

원장 쌈짓돈 '적립식 보험금'...감시는 허술

2018.10.19. 오후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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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에 공개된 사립 유치원 비리 실태를 보면, 원장 '쌈짓돈' 만드는 데 적립식 보험을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사립 유치원이 공금으로 적립식 보험에 드는 걸 금지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차정윤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 유치원의 원장은 지난 2011년부터 본인 명의로 10년 만기 연금 보험을 매달 3백만 원씩 부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보험료는 자기 돈이 아닌 유치원 운영비로 냈습니다.

4년여 뒤 중도해지했지만, 환급금 가운데 절반인 9천여만 원은 유치원이 아닌 본인 계좌로 빼돌렸습니다.

[유치원 관계자 : (건물) 관리에 돈이 많이 들어가니깐 보험을 들어 놓은 거에요. 유치원 원장 월급 받는 것 갖고는 관리가 안 되잖아요.]

보험 만기 환급금이 원장 '쌈짓돈'이 되는 걸 막기 위해 정부는 2013년 9월부터 사립 유치원 경영자나 설립자가 운영비로 적립식 보험에 가입하는 걸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립 유치원들은 보란 듯이 무시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유치원은 2014년 3월 저축보험에 가입해 운영비로 매달 천4백만 원의 보험료를 냈다가 적발됐습니다.

무려 3억 원에 이르는 만기 환급금을 별도로 관리하다가 교육청 감사 직전 유치원 계좌에 넣은 곳도 있습니다.

2016년 서울시 교육청 전수 조사에서는 서울 사립 유치원의 40%가 적립식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관 : 유치원에 나중에 시설비로 투자하고 통학차량을 사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직접 나가서 보지 않은 이상 유치원에서 보고를 누락하면 알 수가 없거든요.]

만기가 수십 년 단위로 길면, 도중에 폐원했을 때 보험 환급금을 환수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결국, 회계를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지만, 사립 유치원에 국공립 수준의 회계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유치원 총연합회 반발로 무산된 상태입니다.

YTN 차정윤[jycha@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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