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휴가 기간 타인의 '반려 동물' 돌봐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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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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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휴가 기간 타인의 '반려 동물' 돌봐주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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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여름휴가 기간 ‘애완동물 돌봄 서비스’ 인기

해외에서 유행하다 국내에도 정착... 5개 업체 성행 중

현역 펫시터, “개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힘든 일”

맡기는 사람도, 맡는 사람도 규칙과 예의를 지켜야


명절·휴가 기간 타인의 '반려 동물' 돌봐주는 사람들

4살 반려견 ‘모찌’를 키우는 직장인 A 씨는 몇 해 전까지 여름 휴가 기간 애견 호텔에 강아지를 맡겼지만 올해부터 다른 방법을 택했다. A 씨는 펫시팅 시스템을 소개받은 뒤부터 ‘펫시터’(반려동물돌보미)에게 모찌를 부탁한다. A 씨는 올 추석 명절, 강원도 본가에 다녀올 때도 펫시터에게 모찌를 맡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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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펫시팅을 맡기면 좁은 곳에 갇혀있지도 않고, 실시간으로 반려견이 뭘 하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단순히 함께 사는 것을 넘어서 반려동물의 ‘행복한 삶’과 양질의 복지를 원한다. 펫시터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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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시팅 전문업체 D 업체는 전문 펫시터와 반려동물을 맡기려는 사람을 연결하고, 개와 고양이만 위탁, 혹은 방문 케어를 지원한다.

업체 측은 “위탁서비스는 보통 여행이나 출장과 같이 2박, 3박 이상 장기로 집을 비우는 경우 이용하며 방문서비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반려견의 정기적인 케어가 필요한 경우 이용한다”고 밝혔다. 위탁서비스와 방문서비스의 이용 비율은 3:1 정도이다. 펫시팅 서비스는 전반적인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 한 번 펫시터를 구한 고객의 50% 이상이 같은 펫시터에게 반려동물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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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시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철저한 훈련과 교육을 받아야 하며 반려동물을 맡기려는 사람과의 사전 미팅도 진행한다. 또한 업체 측에서는 이용자들이 애견 애묘 인인 만큼,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고 몸에 액션캠을 달아준다고 설명한다.

일부 애견인들은 “개를 돌보면서 돈을 벌 수 있다니 천국과 같은 직업”이라며 펫시터를 제2의 직업으로 꿈꾼다. 하지만 현직 펫시터의 이야기는 다르다. 2년 전 펫시터를 시작한 정현욱 씨는 “개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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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아이 셋의 엄마이자 현역 펫시터다. 그녀는 결혼 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웠고 현재도 짱구(슈나우저)를 기르고 있어 자녀들도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데 익숙하다. 정 씨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펫시터 모집 글을 보고 지원했고, 교육도 받고 시험도 치렀다”고 말했다.

정 씨는 펫시터 일을 하기에 앞서 “가족의 동의와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은 기본이고 여기에 책임감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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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를 ‘좋아하는 것’과 ‘책임감을 가지는 것’은 달라요. 개는 누구나 예뻐할 수 있죠. 책임감이 없으니까 유기견도 생기는 거고요. 단순히 강아지가 좋아서 하겠다고 하면 할 수 없어요. 이 아이들이 생명이다 보니까 책임감이 굉장히 막중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그래요.”

정 씨는 펫시터 기간 동안 맡았던 아이들 가운데 처음 맡았던 노령의 슈나우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모친상을 당한 주인이 맡긴 아이였다.

"견주께서 모친상을 당해서 저한테 보름 정도 강아지를 맡겼어요. 그때 이 아이가 왔을 때 피부병 증세가 있었어요. 노령견인 데다 어머니가 아프니까 주인이 돌보기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데 매일 제가 직접 만든 천연 약을 발라주고, 스파도 해주고 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각질이 다 잡히더라고요. 견주 분도 너무 좋아하셨어요."

물론 난감했던 일도 있었다. 가족이 함께 사는 만큼 방문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한 이용자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정 씨네 집 문을 두드리곤 했다. 돈을 지불 했으니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어디에서나 문제를 일으킨다.

또한 급한 마음에 반려견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무작정 맡아 달라’고 하는 견주도 상대하기 어려운 고객이다. 반려동물의 입질 여부, 혹은 마킹(영역표시) 여부, 분리 불안의 정도, 식성 등 되도록 세세한 정보를 줘야 펫시터도 돌봄 여부와 돌보는 방법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도 추석에 앞서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을 맡기고자 펫시팅이 가능한지 찾아보았으나 이미 모든 예약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제부터 애견 애묘인들은 ‘명절 기차표 예약 전쟁’에 앞서 ‘펫시팅 예약 전초전’을 치러야 하지 않을까.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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