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죽기 전에 해결 됐으면"

'강제징용 재판 거래' 의혹..."죽기 전에 해결 됐으면"

2018.09.24. 오후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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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공모해 강제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지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미루는 사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진정한 피해 회복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신지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3년, 전범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여운택 / 일본제철 오사카 공장 강제동원 피해자 (2013년 7월) : 이날까지 염려와 힘을 써주신 여러분께 백번 감사를 드립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던 여운택 할아버지는 그러나, 끝내 배상을 받지 못한 채 그해 12월 눈을 감았습니다.

파기환송심에 불복한 전범 기업의 재상고로 또다시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 기다리는 동안 5년이 흘렀습니다.

오사카 제철소에서 매일 석탄가루를 마시며 일하고도 월급 한 푼 못 받은 신천수 할아버지.

야하타 제철소에서 도망치려다 붙잡혀 끔찍한 고문을 당했던 김규수 할아버지도 이미 노환으로 별세했습니다.

전범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강제동원 피해자 9명 가운데 8명이 세상을 떠나는 사이,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정부는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한 판결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재판을 지연시킬 방안을 논의하고, 대법원은 소송 규칙까지 새로 만들어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한 외교부 뜻을 반영했습니다.

홀로 남은 이춘식 할아버지는 상상도 못 했던 '사법 농단' 사태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이춘식 /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자(지난 8월 22일) : 대법원이 썩어서 잠자고 있었던 것이지. 그러니까 이제껏 묵혀둔 것이지.]

시간이 지날수록, 진정한 피해 배상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김세은 / 강제동원 피해자 측 변호인 : 절차가 지연됨으로 인해서 당사자들이 거의 대부분 돌아가셨고요, 이제는 유족분들도 연세가 많으셔서….]

대법원은 지난 7월 이춘식 할아버지가 원고로 참여한 강제 징용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전범 기업의 배상 의무를 인정하더라도 국제 소송까지 거칠 수밖에 없는 만큼, 언제쯤 피해를 배상받게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이춘식 /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자 (지난 8월 22일) : 서러워서 말이 안 나옵니다. 빨리 좀 어떻게 나 죽기 전에 해결해주시면 마음이 기쁘겠네.]

YTN 신지원[jiwon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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