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포기할래요" 집값·실업에 '비혼' 결심 청년들

"결혼 포기할래요" 집값·실업에 '비혼' 결심 청년들

2018.09.23. 오전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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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 결혼을 거부하는 이른바 '비혼 족'이 늘고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에 집값 걱정까지 경제적 부담에 지쳐 결혼 포기를 결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박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하얀 드레스를 입고 모두의 축복을 받는 모습, 언뜻 보면 결혼식 같지만 신랑 없는 혼자입니다.

"나 최수희는 결혼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겠습니다."

41살 최수희 씨가 지난해 치른 '비혼식' 장면인데, 최 씨는 축의금까지 받으면서 친구들 앞에서 혼자 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최수희 / CS강사 : 사실 우리나라는 지금 일과 가정 양립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해요. 저는 두 가지를 동시에 못할 것 같아서, 저는 차라리 결혼을 접고 차라리 그 에너지를 일에 쏟겠다고….]

저녁 시간 댄스 취미반에는 직장인들이 넘쳐납니다.

최근 춤에 푹 빠진 30살 윤상용 씨도 결혼에 대한 압박이나 의무감 대신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윤상용 / 직장인 : 자유롭고 제 생활을 즐길 수 있고…. 결혼에 대한 생각은 이제는 선택적인 부분이 굉장히 커졌죠. 필수적인 면보다는요.]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 건수는 26만 4천여 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인구 천 명당 결혼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은 5.2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래 최저입니다.

남성에게 책임을 지우고, 여성에게 포기를 강요하는 구조 속에 결혼을 단념하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돈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위환 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고, 전셋집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러다 보니 결혼 비용과 불안정한 고용 같은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을 망설인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고, 결혼생활에 대한 부족한 자신감, 자유로운 삶에 대한 열망, 과중한 출산과 양육 부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임운택 /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 : 상시적 일자리를 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그런 현상들이 결혼 포기로 쉽게 이어지는 것 같고요. 여성의 경우 커리어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부분도….]

비혼 공동체가 생기고 생활 동반자법이 논의될 정도로 가족 문화가 달라지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남녀 부부에만 초점을 맞춰 헛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홍혜은 /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 거주 : 부부 관계 안에 들어가야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고 흔히 생각하고, 제도도 그런 아이들만을 원하고 있어요. 제도의 상상력이 다양한 삶을 포용하지 못하는….]

결혼하지 않을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주거나 일자리 등의 문제로, 비혼을 강요받는 일은 없어야 하는 만큼, 더욱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박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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