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 vs 인민재판"...'흉악범 신상공개' 찬반 논란

"알 권리 vs 인민재판"...'흉악범 신상공개' 찬반 논란

2018.09.22. 오전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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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노래방손님을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훼손한 노래방 업주가 민낯으로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이 같은 흉악범들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얼굴과 이름이 공개되는데,

국민의 알 권리라는 주장과 분풀이를 위한 인민재판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이경국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흉악범들이 대중 앞에 설 때면, 얼굴을 공개하라는 날 선 목소리가 어김없이 터져 나옵니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도, 죗값을 치르는 차원에서도 신상공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입니다.

[박다혜 / 서울 대현동 :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시민들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고, (범죄) 예방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재영 / 서울 상도동 : 특별히 표시가 나지 않습니다. 일반인과 똑같습니다. 어떻게 흉악범들을 구별할 것이며….]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듯 최근 흉악범들은 심심찮게 신상이 공개됩니다.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노래방 업주 34살 변경석은 민얼굴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변경석 / 피의자(지난달 29일) : 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딸의 친구인 여중생을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역시 최근 재판까지 수차례 전파를 탔습니다.

지난 2009년 부녀자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이후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신상공개 규정이 생겼습니다.

경찰과 외부전문가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범행의 피해가 크거나 증거가 충분할 경우, 또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에 흉악범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근거는 마련됐지만, 여전히 사건마다 공개 여부는 오락 가락입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의 피의자는 조현병을 앓는다는 이유로 신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달 수락산을 오르던 60대 여성을 숨지게 한 김학봉은 정신질환이 있다는 주장에도 신상 공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물론 신상공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김수빈 / 서울 대현동 : 교사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부모가 만약 흉악범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놀림을 당할 수도 있고 왕따를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

강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얼굴 공개를 놓고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관된 기준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윤호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전국적으로) 같은 기준 아래서 심의할 수 있다면 일관성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 거죠.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통해서 공개의 기준이 마련되고….]

국민의 알 권리와 인권보호라는 가치를 두고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이경국[leekk042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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