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노역에 살인까지...'형제복지원 사건' 다시 법정가나

강제노역에 살인까지...'형제복지원 사건' 다시 법정가나

2018.09.13. 오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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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2년간 참혹한 인권침해가 자행돼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렸던 '형제복지원 사건'이 30년 만에 다시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심이 아닌 비상상고 절차여서 30년 전 받은 무죄 판결이 뒤집히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해온 과거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될지 주목됩니다.

김평정 기자입니다.

[기자]
형제복지원 사건은 박정희 정권 때 일어난 대규모의 인권 유린 사건입니다.

거리의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매년 3천여 명을 끌고 가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켰습니다.

이 과정에 구타와 학대, 성폭행은 물론 살인까지 자행됐고, 형제복지원 자체 집계로만 12년 동안 513명이 숨졌습니다.

1987년 검찰은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을 불법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2년 뒤 대법원은 "복지원 운영이 내무부 훈령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김용원 / 당시 '형제복지원 사건 수사 검사 (YTN 라디오) : 유죄라고 하면 전두환 정권이 직접 수용자들에 대한 인권유린에 직접 가담했다는 것을 법률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됩니다. 당시 대법원은 전두환 정권의 시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죠. 그런 점에서 특수감금이 무죄였던 것이고요.]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이 사건이 대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를 권고했습니다.

개혁위는 무죄 판결의 근거였던 내무부 훈령 410호의 위헌·위법성이 명백해 당시 판결은 비상상고의 대상인 '법령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무부 훈령 410호'는 박정희 정권 때인 1975년 발령된 것으로 부랑자를 영장 없이 가둘 수 있게 했는데, 부랑자가 아닌 일반 시민도 다수 희생양이 됐습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권고안을 검토해 조만간 대법원에 비상상고 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비상상고란 형사사건 확정판결에 법령위반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잘못을 바로잡아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상고하는 절차입니다.

문 총장이 비상상고를 청구하면 형제복지원 재판이 열렸던 1987년 이후로는 31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이 나온 이후로는 29년 만에 다시 법정에서 다뤄지게 됩니다.

검찰개혁위는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과 그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면 검찰총장이 직접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를 해야한다"고도 권고했습니다.

YTN 김평정[pyung@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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