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색영장 기각하는 사이 문건 파기...'조직적 증거인멸' 의혹 증폭

압색영장 기각하는 사이 문건 파기...'조직적 증거인멸' 의혹 증폭

2018.09.11. 오전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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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대법원 재판 기밀자료를 무더기로 불법 반출한 전직 고위 법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또 기각했습니다.

그사이 문제의 전직 법관은 불법 반출한 문건을 모두 파기한 것으로 알려져 사법부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준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검찰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또 기각당했습니다.

유 전 연구관에 대해서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이 올해 초 법원에서 퇴직할 때 다른 상고심 사건에 대한 검토보고서와 판결문 초고를 대거 가지고 나온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유해용 /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지난 9일) : (퇴직하실 때 대법원 문건은 왜 가지고 나오셨나요?) 조사과정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영재·박채윤 부부 특허 소송 관련해서 청와대에 자료 넘겼다는 의혹도 있으신데요?) 들어가겠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통진당 소송 관련 문건만 압수를 허용하고, 다른 자료들에 대한 영장은 모두 기각했습니다.

그마저도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압수수색을 진행하도록 단서를 달았습니다.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 자료를 반출해 소지한 건 부적절하지만 죄가 되지 않고, 압수수색을 통해 이 자료를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건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어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는 유 전 연구관이 압수수색 영장 기각 뒤 출력물 등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버렸다고 알려와 검찰 수사팀에 설명해줬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발끈했습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쥐고 있는 동안 당사자는 문제의 문건을 모두 파기해버렸고, 수사대상인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현장을 지켜보며 개입까지 했다며, 이 모든 게 사법부의 조직적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보강해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할 방침입니다.

특히 사법부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압수수색을 둘러싼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YTN 전준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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