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던 사고?"...상도동 유치원 붕괴 사고

"막을 수 있었던 사고?"...상도동 유치원 붕괴 사고

2018.09.07. 오전 12:58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앵커]
또, 지반 침하로 인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서울 가산동 아파트 공사장의 흙막이 붕괴 사고에 이어 어젯밤에는 상도동의 유치원 건물이 기울면서 붕괴 위기에 처했습니다.

어젯밤 11시 20분쯤 서울 상도초등학교에 있는 4층짜리 병설 유치원이 굉음을 내며 건물 일부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건물 옆 다세대주택 공사장을 받치고 있던 지반이 붕괴하면서 가로·세로 폭 50m 규모의 침하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옆에 있던 4층짜리 상도 유치원 건물도 허물어지면서 기울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고 당시 다행히 공사장과 유치원에 사람이 머물지 않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주민들이 주민센터로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현장을 지켜봤던 목격자는 붕괴 한 시간 전부터 굉음이 들렸고, 건물에서 물이 쏟아졌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김윤하 / 상도 유치원 인근 주민 : 그러니까 태풍이 불면 간판이 떨어지는 소리? 그런 소리가 계속 났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무슨 공사현장에서 바람도 불고 하는데 저걸 제대로 다 매놓지 않고 그냥 가서 저렇게 소리가 나나 했었어요. 처음에. (바람에 뭔가 날리고 그래서.) 상당히 소리가 많이 났었거든요. (상당히 놀라셨을 것 같은데 어떤 냄새도 나는 걸 느끼셨다고요?) 냄새가 나는 것은 우리는 왜냐하면 높은 옥상에 있었기 때문에 냄새나는 건 저는 못 느꼈고요. 그게 무너지자마자 거기서 물이 막 쏟아졌었어요.]

붕괴 1시간 전 정도부터 들린 큰 소리는 과연 무슨 뜻일까요?

사고원인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데요.

전문가는 이 굉음이 옹벽이 끊어지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작구청 측은 일단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보강 공사에 나섰고,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원인 조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강성옥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사고가 나기 전 유치원 바로 앞에 있는 빌라 신축 공사장 모습입니다.

유치원 아래 절벽이 하얀 구조물로 쌓여있습니다.

흙막이 공사 현장입니다.

사고 직후 모습입니다.

구조물이 있던 자리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흙이 쏟아져 내리며 형태를 알아볼 수도 없습니다.

유치원을 받치고 있던 지반도 함께 무너져 내렸습니다.

흙막이 붕괴가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재성 / 토질 및 기초 기술사 : 가서 흙을 만져보니까 물을 많이 먹었더라고요 흙 밑쪽으로 물이 들어가면서 지반이 연약해지고 그래서 옹벽이 전도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단순히 비 때문에 땅이 물러져 사고가 난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공과 설계 전반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재성 / 토질 및 기초 기술사 : 비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고, 설계하고 시공하는 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동작구청은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곧바로 본격적인 원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또, 사고 현장 주위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주변을 흙으로 메우는 작업부터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YTN 강성옥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미 지난 3월 붕괴 위험성이 지적됐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 이수곤 교수는 지난 3월 상도유치원의 의뢰를 받아 유치원 옆에 있는 신축 빌라 공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수곤 / 서울시립대 교수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 제가 5개월 전에 상도유치원에서 자기네가 위험하다고, 건물이 아마 위험하다고 해서 저한테 의뢰를 해서 제가 가서 봤습니다. 그런데 굴착하는 게 그때는 한 50% 정도 돼 있고 지금은 80% 정도 진행한 것 같습니다, 굴착공사가. 그런데 그때는 바로 밑에까지는 굴착하지 않았는데 지질 밑에 굴착하는 걸 보니까 그 지역이 위험한 편마암인데, 가산동하고 똑같습니다. 일주일 전에 땅 무너진 곳. 보니까 편마암에는 단층이 있거든요. 단층이 무너지게 위험하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제가 거기는 밑에까지 굴착을 하게 되면 가시설을 제대로 해놓고 해야지, 그냥 생각하면 안 된다. 리포트까지 써줘가지고 제가 관계기관하고 이걸 협의하라고 제가 리포트까지 써줬습니다.]

물론 정밀검사 후에 사고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막을 수 있었던 인재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고가 난 유치원은 등록된 원생만 120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어서 낮에 무너져 내렸다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관계 당국은 무너진 건물은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상옥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무너져 내린 지반 위에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서울 상도유치원입니다.

지상 3층, 지하 1층에 두 동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울어버린 건물은 철거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둥이 모두 찌그러져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겁니다.

[김해룡 / 서울 동작구청 건축과장 :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을 필요하다면 철거를 바로 하고,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할 계획입니다.]

사고가 난 유치원은 지난 2014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장이 아닌 독립된 원장이 책임을 맡는 단설 유치원입니다.

만 3세 반부터 만 5세 반까지 등록된 원생만 모두 120여 명입니다.

꽤 규모가 큰 곳입니다.

붕괴사고는 천만다행 원생들이 모두 하교한 뒤인 한밤 중에 발생했습니다.

아이들이 올망졸망 유치원에 모여 있던 한낮에 사고가 났다면 자칫 인명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최근 잇따르는 땅 꺼짐에 관계 당국과 유치원 측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YTN 한상옥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