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양승태 대법원, 예산 빼돌려 억대 '비자금' 조성

[취재N팩트] 양승태 대법원, 예산 빼돌려 억대 '비자금' 조성

2018.09.05. 오후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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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이 예산을 빼돌려 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습니다.

사법농단을 넘어 기업의 비리를 방불케 한 모습까지 드러난 셈인데요.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양일혁 기자!

법을 심판해야 할 사람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는데, 어떻게 이뤄졌나요?

[기자]
검찰이 주목하는 건 2015년도 대법원 예산입니다.

홍보 관련 예산 가운데 '각급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습니다.

금액은 3억5천만 원입니다.

검찰은 대법원이 이 운영비를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법원에 다시 가져오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허위 증빙서류로 돈을 사용한 것처럼 꾸며 확보한 현금을 사람이 직접 운반해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 과정이 담긴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도 확보했습니다.

문건에는 관련 예산을 '공보관이 아닌 법원행정처 간부 등에게 재배치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예산이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비자금으로 빼돌려진 만큼 업무상 횡령과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비자금을 조성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특별한 목적이 있었습니까?

[기자]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확보한 비자금을 상고법원을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양승태 사법부는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를 덜기 위해 3심 업무를 분담할 상고법원 도입을 숙원사업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등 현재 거센 비판을 받는 사법농단의 배경에 바로 상고법원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상고법원 추진에 동원된 고위법관들에게 격려금이나 대외활동비 명목으로 비자금을 지급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 예산담당 직원을 불러 관련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검찰은 또, 비자금 조성 계획이나 추진 과정으로 미뤄볼 때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정확한 비자금 규모나 용처 등을 추적한 뒤 박병대 전 처장을 소환해 관련 내용을 캐물을 예정입니다.

[앵커]
그런데 국가 예산이라는 건 엄격하게 쓰이고 관리, 점검받아야 하는 건데, 대법원의 수상한 낌새에 아무도 눈치챈 적이 없었나요?

[기자]
있습니다. 감사원에서 지난 4월에 낸 감사보고서입니다.

2017년도 예산 중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문제 삼았습니다.

2015년 때와 마찬가지로 3억5천만 원이 편성돼 있습니다.

감사원은 각급 법원에는 공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없는데도 '과 운영비' 명목으로 예산이 편성된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보관실 운영비라는 건 말 그대로 과 운영을 위한 소규모 기본경비이므로, 사법제도 개선을 위한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의 기타운영비에 편성한 것도 맞지 않다고 결론 내렸고,

운영비 단가도 예산안 편성지침과 다르게 부풀려 집행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감사원 주의를 받은 법원행정처는 앞으로 예산 편성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시 감사원은 관련 예산이 실제 어떻게 쓰였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검찰은 2015년 이후에도 비자금이 조성된 흔적이 있는지 살필 계획입니다.

[앵커]
이와 함께,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은 특정인의 소송 관련 자료까지 불법으로 청와대에 넘긴 정황도 검찰에 포착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사실이 드러난 김영재, 박채윤 부부가 주인공입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6년 박 씨의 '리프팅 실' 기술로 진행 중이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건넨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넘긴 자료에는 특허법원의 재판 관련 기록을 포함해, 상대측 법무법인의 과거 수임내역이 포함됐습니다.

검찰은 청와대가 상대 법무법인의 흠집을 잡으려고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오늘 오전 유 모 前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수석재판연구관 근무 당시 사무실이나 주거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고, 함께 청구된 일제 강제징용 사건 개입 의혹 관련자들 압수수색 영장 역시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앵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개입에 관여한 의혹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기자]
검찰은 앞서 말씀드린 특허소송 개입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선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소송을 잘 챙겨보라고 지시했다는 건데요, 관련 내용은 이미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도 일부 드러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5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박채윤 씨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특허분쟁에 도움을 달라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김 원장 부부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여기에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개입한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지난달 검찰에 출석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현직 대법관을 공관에 불러 논의했다"고 진술했는데요,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충분히 제기된 상태라며 옥중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에도 출석을 거부하는 상황인 만큼, 검찰 조사가 실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양일혁[hyuk@ytn.co.k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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