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1등한 쌍둥이, 그리고 학부모는 화가 났다

갑자기 1등한 쌍둥이, 그리고 학부모는 화가 났다

2018.08.17. 오후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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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1등한 쌍둥이, 그리고 학부모는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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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여고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이 학교 학부모의 분노의 게시 글이 오를 정도입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지난달 중순, 강남 S 여고의 기말고사 채점 결과가 나왔는데, 이 학교 2학년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문과와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겁니다.

문제는 1년 전인 1학년 1학기 때 쌍둥이 자매의 전교 성적이 각각 121등, 59등이었다는 겁니다.

1년 사이에 전교 등수를 어떻게 100등 넘게 올리느냐, 쌍둥이가 동시에 1등을 하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라는 의심이 일고 있습니다.

의혹의 중심에는 쌍둥이의 아버지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학생들의 아버지는 같은 학교에 교무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무부장은 시험지를 볼 수 있고 문제의 최종 결재권도 갖고 있죠.

또 기말고사 이후 학교에서 한 문제에 출제오류가 있었다며 답을 수정했는데, 이 '전교 1등 쌍둥이'들이 나란히 같은 오답을 적어 냈다는 겁니다.

쌍둥이의 아버지인 교무부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완강히 맞서고 있습니다. 시험지를 미리 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공개된 교무실에서 약 1분간 형식적 오류를 잡아낸 것이 전부이고, 1학년 1학기 때는 적응 문제로 잠시 성적이 떨어졌지만 아이가 하루에 4시간도 안 자고 밤샘 공부를 한 결과라고 해명했습니다.

적극적 해명에도 다른 학부모들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S여고 학부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물론 칭찬할 만한 일이고 그 아이들 공부 열심히 한 것에 대해서 매도하고 싶지는 않은데 다만 아빠가 같은 학교의 교무부장 선생님이시라는 사실이 그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사실은 그 이전에 수시, 학종 제도에 대해서 학부모들 그리고 학생들 사이에 불신이 되게 많았잖아요.]

결재권자인 아빠, 그리고 갑자기 성적이 오른 쌍둥이 딸.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서울시 교육청이 특별감사에 들어갔습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인데요. 해당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와 통화를 한 전교조 위원은 물리적으로 시험지를 볼 시간이 없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동국 / 전교조 사립위원장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A여고의 경우에는 시험지를 한꺼번에 결재하는 것이 아니고 각각 한 과목씩 따로따로 결재를 받는다, 라고 해요. (교무부장 선생님한테?) 그렇습니다. 그래서 한꺼번에 개봉해서 결재하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그렇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특정 과목의 시험지를 장시간 살펴볼 수 있는 시간들이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A여고의 경우는 한 과목씩 결재하다 보니 그렇지 않다.]

네티즌들은 학생 성적이 크게 오르면 축하해주는 게 아니라 의심부터 해야 하는 세태가 씁쓸하다, 내신성적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부모가 근무하는 학교에 자녀가 재학하는 건 분명 재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아직 의혹일 뿐인 만큼 학생들이 받을 상처도 생각해 감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제 오전 감사관실 직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이 학교를 찾아 감사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감사팀은 문제유출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내신시험 관리와 성적처리가 적정히 이뤄졌는지 살필 계획인데요.

더는 뒷말이 안 나오는 철저한 조사가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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