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부른 원청 갑질..."우리도 살고 싶다"

자살 부른 원청 갑질..."우리도 살고 싶다"

2018.08.17. 오전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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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몇 달 전 부도 위기에 놓인 한 하청업체 대표가 원청으로부터 단가 후려치기 등 지속적인 갑질을 당했다고 토로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각종 형태의 갑질이 지금도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주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5월 국내 유명 자동차업체의 2차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누적된 적자에 회사 운영이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인데, 유가족들은 그 원인에 원청인 1차 협력업체의 갑질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손미순 / 숨진 하청업체 대표 아내 : 저희는 속된 말로 '단가 후려치기'라고 말을 하는데요. (납품)단가를 받으면 1년 후에 계속 단가가 내려가는 겁니다. 임금 상승은 계속되는데 오히려 (납품)단가는 떨어집니다.]

제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납품단가.

이마저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남여경 / 숨진 하청업체 대표 딸 : 남들은 아마 이해 못 할 거예요. 우리(하청)가 10개를 줬으면 당연히 10개 분량의 돈을 받아야 하는데, 얘네(원청)가 9개밖에 못 썼다고 왜 9개 (분량의) 돈밖에 못 받느냐. 갑질이라고 저희는 생각을 하는 거죠.]

[손미순 / 숨진 하청업체 대표 아내 : (부당하다고) 말을 하면 (거래가) 바로 끊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런 말도 못 합니다.]

하청업체가 당하는 갑질 피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원청업체는 하청업체를 인수하겠다며 계약을 맺어놓고 몰래 공장에 들어와 자재와 기기를 훔쳐간 뒤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고,

[주민국 / 도산 위기 하청업체 대표 : (원청 업체가) 공장이 많습니다. 공장별로 한 20~30명씩 차출해서 거의 100명에 가까운 인원을 투입을 해서 보시다시피 싹 털어갔습니다.]

법에 따라 일하기 전 맺어야 하는 계약을, 일이 거의 끝날 때쯤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대로 맺게 하는 원청업체도 있습니다.

[김성훈 /조선업 前 하청업체 대표 : 금액이나 이런 거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하청업체에는) 없어요. 아예 그냥 확인란에 클릭만 한 번 딱 하면 모든 게 저희 명의의 견적서로 회신이 돼 버리는 거예요, 시스템상에서.]

이런 부당한 일에 항의하기 위해 만든 대책위원회를 해체시키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최도구 (가명) / 전 하청업체 대표, 전 조선하도급 갑질피해 대책위 관계자 : 이승철(원청업체 전직 임원)에게 물었습니다. 누구 지시를 받고 (해체 합의를) 하려 하느냐고 물으니까 A 본부장과 B 사장의 지시를 받고 우리 하고 합의를 하는 거래요.]

오늘 밤 국민신문고에서는 하청업체가 당하는 다양한 갑질 피해 실태를 살펴보고 이들에 대한 보호 장치 현황과 개선 방안을 점검해봅니다.

YTN 김주영[kimjy0810@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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